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11.27 15:30

이주열 총재 "1분기 인상 배제할 이유 없어"…한경연 "저소득층 금리인상 방어력 취약, 속도조절 필요"

이주열 한은 총재가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5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연 0.50%로 시작한 기준금리는 8월에 이어 11월에도 0.25%포인트 인상되면서 1.00%까지 올랐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전인 3월(1.25%) 이후 20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년 1월 14로 예정된 첫 금통위에서의 추가 인상 여부로 옮겨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연속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성장세가 견조하고 물가 높고 금융불균형은 여전히 높은 상황인 만큼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최근 인상은 긴축이 아닌 정상화”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매파적인 입장을 이어갔다.

이에 시장은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까지 한은 기준금리가 1.50%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며 "상반기까지는 인플레이션과 금융불균형 리스크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이후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과 경기상황을 고려해 추가적인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 의지는 여전했으나 이미 매파적 기조를 반복적으로 보여왔고 종전에 비해 인상 우려를 강화할 만한 새로운 근거나 주장은 없었다"며 "내년 1분기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펜데믹 이전 수준까지 복귀시키고 이후 추가 인상까지는 시차를 좀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1분기 추가 인상 시기는 1월과 2월로 갈린다. 시장에서는 3월 초 대선과 3월 말 총재 임기 종료라는 이벤트가 있는 만큼 2월 인상은 어렵다고 판단해 1월 인상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무조건 연속 인상을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계속해서 정상화의 필요성을 피력한 점을 감안하면 1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총재가 "통화정책 결정은 금융·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고려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필요시 2월에도 인상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 시점을 판단하기에는 한은의 스탠스가 아직 모호하다"며 "만약 1분기 경기가 양호한 수준이라면 11월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처럼 한은이 1월 또는 2월 금통위 회의에 앞서 시장과 소통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점도 한은이 내년 추가 인상에 나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살펴보면 다수의 참석자들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보다 계속 높을 경우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연준은 내년 6월쯤 자산 매입을 '제로(0)'로 하는 목표를 구상했다. 시장은 연준이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회의록에서 연준은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면 금리 조정을 서두를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은 한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 총재도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는 국내에 영향 많이 준다"고 언급했다. 

현재 연준이 제로금리(0.00~0.25%)를 이어가면서 한은 기준금리와 상단에서 0.75% 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미간 금리 격차에 다소 여유가 있지만 폭이 축소되거나 역전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이에 한은은 통상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높게 설정하고 선제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격차를 유지하는 편이다. 이에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일찍 시작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덩달아 빨라질 수 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한편 기준금리가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확대된다. 특히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진다. 

실제 10월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가 3.46%로 한 달 사이 0.28%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19년 5월(3.4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담대 금리는 3.26%로 2018년 11월(3.28%) 이후 최고였다. 11월 기준금리가 또 다시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 금리는 0.57%포인트 오른다. 이를 적용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9조6000억원 증가하게 된다. 한경연은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감안하면 가계대출 금리가 1.03%포인트 올라 이자 부담이 연간 17조500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구당 이자부담액이 연 149만1000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 총재도 이자 부담 증가를 인정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가계대출 금리가 비교적 단기간에 상승했다"며 "현재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한 75%에 이르고 있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가계에 이자 부담으로 작용을 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 9월 펴낸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규모가 2020년말 대비 5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규모는 2020년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증가한다. 특히 취약차주의 1인당 이자 부담액이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취약차주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은 데다 차주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추광호 한경연 정책실장은 "저소득층의 금리인상에 대한 방어력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금리인상 속도조절과 양질의 민간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소득 증진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0일 "금리인상이 과도하게 빠르게 진행될 경우 오히려 경기회복세를 저해할 수 있고 가계대출 규제도 사전에 정책방향의 충분한 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강화될 경우에는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준금리 속도 조절론과 관련해 "금리는 한은과 금통위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속도조절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위기에 대응했던 조치를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거기에 맞춰서 정상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금통위도 경기·물가 상황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정상화를 시켜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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