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11.30 11:26

'지나친 정부 간섭' 지적…"기준금리 인상 하루 만에 수신금리 인상 '눈치보기' 일환"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이윤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준금리 인상 하루 만에 단행된 이례적인 수신금리 인상이 금융당국의 눈치 보기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은행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 임원들을 소집해 만난 자리에서 "예대마진 등 이윤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예대마진은 예·적금 등 수신 상품 금리와 신용대출 등 여신 상품 금리의 차이를 말한다. 예대마진이 커질수록 은행의 이윤이 극대화되는데, 이를 절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하나은행은 지난 26일부터 가입하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0.20~0.40%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29일부터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올렸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요구의 배경으로는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데 비해 예·적금 금리의 인상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지난 5일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예대마진은 늘어가는 추세다. 한은이 지난 26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말 잔액 기준 예금은행 총수신금리는 연 0.73%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총대출금리는 연 2.89%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예대마진은 2.16%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 8월 2.12%포인트에서 9월 2.14%포인트로 0.2%포인트 증가한 데 이어, 0.2%포인트가 또 확대됐다.

은행의 이자이익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이 국내 19개 은행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은행의 이자이익은 분기별로 지난해 ▲ 1분기 10조1000억원 ▲2분기 10조3000억원 ▲3분기 10조4000억원 ▲4분기 10조5000억원 올해 ▲1분기 10조8000억원 ▲2분기 11조3000억원 ▲3분기 11조6000억원으로 6분기 연속 늘었다.

그러나 민간은행의 적정 이윤 확보와 관련,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것은 지나친 정부 간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 만기 연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윤 확보를 통한 대손충당금을 마련하는 것은 시중 은행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은행권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끝난 뒤 부실화에 대비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있다.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최근 단행한 예·적금 상품 금리 등 수신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의 '예대마진 관리 지침'을 적극 고려한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이 수신금리나 여신금리에 하룻만에 시장에 반영되는 경우는 찾기 힘든 사례"라며 "예대금리차를 둘러싼 비난 여론도 있겠지만, 결국 직접적인 이유는 금융당국 눈치를 본 것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내년 3월까지 연장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가 끝난 뒤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럴 경우, 은행 손해를 금융당국이 보전해 줄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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