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만수 기자
  • 입력 2021.12.01 18:45

[뉴스웍스=최만수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각 진영이 대선 조직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지만 거대 양당 분위기는 판이하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뒤 매머드 규모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얼마 못가 새판을 짰다. 지금은 이재명 후보의 의중대로 군살을 쭉 빼고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몇몇 본부장들이 선대위에서 자진해서 빠져 큰 소란 없이 대선캠프가 정리되는 모양새다. 또 이재명 후보는 인재 영입 1호로 육사출신의 조동연 서경대학교 교수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워킹맘이자 우주항공 분야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미래지향'의 상징성을 강화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을 놓고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아리송한 '밀당'이 길어져 피로감을 안기더니 급기야 이준석 대표가 당무를 뒤로 한 채 잠행하는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한 달 동안 인선 갈등으로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단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놓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원톱'으로 삼아 6본부장 체제로 출발했지만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윤석열 후보-이준석 대표-김종인 총괄본부장으로 대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은 윤석열-김병준 체제가 됐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장 영입이 무산된 뒤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어 "김종인 없어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무게감이 떨어져 보인다.

윤석열 후보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적어도 이준석 대표를 끌어안지 못하면 대선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여서다. 당내에선 "당 대표 없이는 대선이 망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역량을 발휘해 온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무게가 오히려 부각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치 초보' 윤 후보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이 대표의 의사를 반영해 국민의힘 선대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유연성을 보일지, 아니면 '내 식으로 간다'며 밀어붙일지 두고 볼일이다.

싫든 좋든, 100일 후면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이 뽑힌다. 차기 대통령에겐 글로벌 대전환기에 국가를 이끌어갈 철학과 비전, 리더십이 특별히 요구된다. 국민의 고단한 삶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정책으로 어루만져 좌우와 세대, 지역, 빈부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통합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예외 없이 정권교체냐, 정권유지란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미래 비전 경쟁보다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먹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조사 수치가 50%대에 달하는 점에 고무돼 입만 열면 "정권교체"를 들먹이고 있다.

여기서 근본적 의문이 든다. 국민들은 단순히 정권교체만을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교체를 더 원하는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중 어느 쪽을 지지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국민들은 정치교체냐, 정권교체냐를 넘어 새로운 인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더욱 큰 것 같다. 이러한 국민적 열망은 여야 대선후보가 여의도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의 등장으로 귀결됐다. 정치 입문 5개월에 불과한 '60대 신인'이 제1야당 대선후보가 됐다. 여의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홍준표 후보가 청년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선전했지만 당원여론에서 크게 뒤져 대선 도전 꿈을 접어야 했다. 20여 년간 정치하면서 당 대표를 2번이나 지낸 홍준표 후보가 20여 년간 검사로만 일해 온 윤석열 후보에게 당원투표에서 밀린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더불어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5선' 중진 이낙연 후보가 '0선' 이재명 후보에게 패한 것도 되새겨볼 일이다. 이재명 후보도 재선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냈지만 여의도 문턱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이낙연 후보를 초반부터 줄곧 앞서더니 큰 격차로 이겼다. 거대양당 후보가 여의도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로 압축된 것이다.

청와대가 정권의 심장부라면 여의도는 정당정치의 본거지다. 정당은 정권획득·유지를 위한 결사체로서 정당에서 성장한 후보가 당의 정책과 비전에다 자신의 신념, 철학, 리더십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여의도에서 검증받았고 국민 지지로 대권을 잡았다. 여의도가 청와대로 가는 유력한 통로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탈(脫)여의도' 여론이 강하게 반영돼 치러진다. 여야 대선후보 선출 과정이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만큼 국회에 대한 반감과 실망이 크다는 반증이다. 거대 양당이 민생 챙기기보다는 사생결단식 정쟁만 일삼아왔으니 국민들의 눈에 국회가 좋아 보일 리가 없고 신뢰도 가지 않는 것이다. 국회에 대한 불신에다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도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들은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가 큰데 선대위 핵심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참신과는 거리가 먼 '올드보이'들이 득세하면서 '정권교체'외엔 뚜렷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들은 국가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을 펼쳐야하고, 당연히 그럴 것으로 믿는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바람대로 정치교체, 더 좁혀서 국회개혁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는 물론이고 국민소환제 도입, 연임제한 규정 신설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의회가 바로서야 '주인'인 국민들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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