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12.04 06:30

연말연시 앞두고 '찬물'…소상공인연합회 "대목 실종으로 큰 타격 우려"

(사진제공=부산항만공사)
(사진제공=부산항만공사)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2021년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단계적 일상회복이 차질을 빚으면서 연 4% 경제성장률 달성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3%대 후반이냐, 4%대냐를 두고 12월 한 달이 매우 중요해졌다.

현재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4.0%로 전망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노무라,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은 3.9%로 제시하고 있다. 단 0.1% 차이라도 앞자리가 주는 의미가 다른 만큼 정부도 4%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이 잇따라 낭보를 올리고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올해 성장률 4% 달성은 무난해보였다. 3분기 0.3% 성장이라는 부진한 성적표에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확실시 되는 수출과 함께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내수 회복이 4% 성장의 길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환자, 사망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위드 코로나'에서 한발 후퇴하게 됐다. 무엇보다 델타 변이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더욱 강하다는 오미크론 환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함에 따라 오는 6일부터 사적모임 인원 규제가 강화되고 방역패스 적용대상이 늘어나면서 내수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연간 성장률 4.0%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03% 성장해야 한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올해 우리 성장률을 기존 전망인 4.0%로 유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망할 때 코로나가 계절적으로 좀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점, 그렇지만 정부의 방역정책은 과거와 같은 이동 제한, 영업 제한 쪽보다는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쪽으로 대책을 수립하지 않겠느냐라는 예상을 감안해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문제는 코로나 방역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정부의 방역대책이 강화된 점이다. 일단 정부는 오는 6일부터 4주간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수도권은 6명, 비수도권은 8명으로 제한키로 했다. 기존보다 각각 4명씩 줄었다. 여기에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키로 했다. 식당과 카페의 경우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필수성을 고려해 미접종자 1인까지는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으나 일단 인원 제한 폭은 예상보다는 완화적이었다. 다만 김부겸 국무총리가 "모든 방역 상황을 수시로 평가하면서 필요할 경우에 언제든지 보다 강력한 방역 강화 조치를 그때그때 신속하게 취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급증한다면 연내 식당·카페, 유흥시설 등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 카드가 동원될 수 있다. 

많은 상인들이 기대했던 연말연시가 됐지만 오미크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속에 기대만큼 소비가 일어날 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단계적 일상회복, 카드 캐시백 등 정책 영향으로 최근 카드매출액이 12%대 증가세를 보이면서 4분기 내수 회복이 기대감이 커졌으나 정부의 연말연시 모임 자제 당부와 자택근무 권장 방침으로 한파가 밀어닥칠 전망이다. 물론 학습효과와 온라인으로의 소비행태 전환 등으로 민간소비는 개선 추세가 다소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3일 논평을 내고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와 신종 변이 출현 등으로 극도로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로 연말 대목이 실종되는 등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원 제한과 방역패스 적용 확대 등 강화된 이번 방역 강화 방침으로 소상공인들은 더욱 큰 매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인해 각종 모임이 사실상 열리기 어려워 가뜩이나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며 "식당, 카페, 학원, PC 카페, 스타디 카페, 실내 다중이용시설까지 방역패스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돼 해당 업종뿐만 아니라 도소매 유통까지 그 여파가 파급되는 등 모든 소상공인 업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사진·이미지제공=이마트·픽사베이)
(사진·이미지제공=이마트·픽사베이)

설상가상으로 급격한 물가 상승세도 성장률 달성에 걸림돌이다. 11월 소비자물가는 3.7% 상승하면서 9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어올랐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 소득이 줄면서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올해 물가상승률을 8월 대비 0.2%포인트 상향한 2.3%로 제시했는데 11월 물가 통계가 나온 지난 2일 "11월 물가상승률이 예상 수준을 웃돌았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이 일주일 만에 물가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야할 정도로 물가 오름세가 거센 상황이다.

이 같은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2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유류세 인하효과 반영, 김장수요 조기 종료 등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차질, 국제원자재가격 변동성 확대, 오미크론 바이러스 출현 영향, 기상상황, 수요측 압력 등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기댈 곳은 수출 뿐이다. 역대 최대 실적 돌파를 앞둔 수출 덕에 내수 부진 우려에도 4.0%에 근접한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1월 수출액은 5837억91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6.6% 증가했다. 역대 최고였던 2018년(6049억달러) 실적까지 211억달러만 남았다.   

7월 이후 하반기 월평균 수출액이 550억달러에 달하고 지난해 12월 수출액이 513억달러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오미크론 발발,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용 증가 등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상존하고 있지만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회복을 제약할 요인으로 떠올랐던 요소수가 해결 국면에 들어선 점도 다행이다. 최근 요소수 하루 생산량은 소비량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정부도 "내년 2월까지 충분한 사용량을 확보했다"며 "요소수 수급불안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우리경제를 둘러싼 경제흐름은 4분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 한편으로는 높은 불확실성이 공존하고 있다"며 "정부는 방역상황 안정에 최선을 다하면서 내수진작·재정집행 등을 통해 경기 회복세를 적극 뒷받침하고 물가, 부동산, 가계부채 등 민생 리스크 관리에 전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4% 성장률 달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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