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12.04 09:45

배터리 핵심 소재 수산화리튬 9개월 사이 2.6배 급등…정부·민간 공급망 다변화 적극 나서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의 한 근로자가 부품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의 한 근로자가 부품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최근 요소수 사태가 불거지면서 중요한 물자일수록 특정 국가 수출에만 기대지 말고 여러 국가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공급망 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요소수에 이어 마그네슘, 네오디뮴, 수산화리튬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이다. 자동차 등 주요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월 26일 '경제안보 핵심품목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연내 최대 200개의 경제안보 핵심품목을 지정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 약 4000개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기로 했다. 핵심품목 중 정부가 구체적으로 거론한 품목은 마그네슘, 네오디뮴, 수산화리튬 등이다. 이들 품목은 모두 특히 전기차의 주요 원료이다.  급성장 중인 미래차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들에 대한 위험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먼저 마그네슘은 차량 경량화를 위한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차량 경량화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꼽힌다. 현재 전기차 산업은 차량 연비 효율성을 향상시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때 차량 경량화는 차량 연비를 늘리는 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차량의 무게를 줄일수록 연료 소비 역시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1500㎏의 승용차 무게를 약 10% 줄일 경우 연비는 4~6% 향상된다. 이외에도 가속 성능 향상, 제동거리 단축 등의 부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자료제공=코트라)
(자료제공=코트라)

마그네슘은 그 중량이 일반 강판 대비 50%에 그쳐 다양한 자동차 소재 중에서도 특히 무게 절감 효과가 크다. 또한 다른 경량화 소재인 고분자복합재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약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뿐 아니라 시트 프레임, 연료탱크 커버, 조향 장치 등의 부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전 세계에서 마그네슘을 활용한 경량 신소재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마그네슘 중국 수입 의존도는 99.8%에 달한다. 다만 마그네슘은 알류미늄, 고장력 강판, 고분자 복합소재 등 대체 품목이 존재한다. 알루미늄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넓게 퍼져 있어 수입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자동차 산업에 당장 치명적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체제가 적고, 중국이 독점적 우위를 갖고 있는 희토류이다. 

네오디뮴은 희토류의 일종이다. 희토류는 다른 물질과 혼합할 경우 그 기능과 성능을 향상시켜 반도체, 전지, 디스플레이, 전기 모터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네오디뮴은 전기차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의 주요 원재료다.

중국은 희토류의 보유량과 생산량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의 총 부존량은 약 1억2000만톤이다. 중국은 약 4400만톤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은 24만톤으로, 중국에서만 14만톤이 생산됐다. 특히 네오디뮴은 공급의 대부분을 중국이 책임지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중국에서 희토류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가 91.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중국은 이 같은 지위를 수입국과의 통상교섭 등에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약점에서 벗어나기위해 최근 각국은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6월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재개하고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무역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2002년 폐쇄된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 패스' 재가동 등을 고려하고, 호주·캐나다 소재 희토류 생산기업과 합작사를 세우는 등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우리나라도 희토류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부와 민간이 적극 나서야 된다는 지적이다. 

수산화리튬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자재로, 폭발적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변동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삼원계(NCA, NCM), 하이니켈(Ni)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거의 모든 배터리에는 리튬이 들어간다. 특히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등에 쓰이는 고용량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고, 채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에서 탄산리튬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이에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 2018년 전체 리튬 수요 중 13.4%에 불과하던 수산화리튬 비중은 오는 2025년 41.4%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수산화리튬과 관련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단연 '가격'이다. 전기차의 높은 가격은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그 중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수산화리튬의 가격이 오르면 결국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오르고, 궁극적으로 산업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제공=코트라)
(자료제공=코트라)

최근 중국에서 급격한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 초부터 수요 급등에 따른 중국 내 수산화리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톤당 4만9000위안이었던 수산화리튬의 가격은 지난 9월 12만7000위안을 기록, 9개월 새 2.6배로 뛰었다. 우리나라는 수산화리튬 수입의 83.3%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향후 중국 전기차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기준 137만대였던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오는 2025년 750만대로 약 5.5배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자체 생산에 사용하기위해 향후 수출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수산화리튬에 대한 공급망을 넓혀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산업연구원은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취약 품목은 국내 주요산업과 직결돼 유사 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망 취약성 모니터링 및 분석 데이터 기반 구축, 산업생태계의 취약성을 평가하는 가치 사슬 스트레스 테스트, 신남방 국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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