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지해 기자
  • 입력 2021.12.07 16:40

4년 만에 트로이카 체제 마침표…사업 조직도 '세트'와 '반도체'로 선명성 더해

한종희(왼쪽)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SET(통합)부문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안지해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은 새로운 '투톱'이었다. 4년간 트로이카 체제를 이어왔던 김기남(DS)·김현석(CE)·고동진(IM) 대표이사 및 부문장 3명을 모두 교체하고 새로운 시대와 변화를 위한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022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미래를 위한 '조직재편'과 변화를 위한 '세대 교체'로 압축된다.

우선 삼성전자의 3개 축인 'DS(디바이스솔루션)-IM(IT·모바일)-CE(소비자가전)' 부문 구조에 과감히 메스를 댔다. 스마트폰과 통신을 맡는 IM과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CE를 '세트(SET)' 부문으로 통합해 가전과 통신이 융합하는 최신 트렌드에 대응했다.  

세트 통합 부문장은 한종희 삼성전자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도 겸임한다.

한종희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으로 2017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그는 앞으로 부회장 승진과 함께 세트 부문을 이끌며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로 자리를 이동해 대표이사 사장 겸 DS 부문을 맡는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경 사장의 중용은 지난해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등 경영역량을 인정 받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으로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2인 대표 체제를 맡으며,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을 이끄는 '투톱'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에 따라 4년 가까이 트로이카 체제를 유지했던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 대표이사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이 가운데, 김기남 부회장 겸 DS부문장은 회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에서 회장 승진은 2017년 권오현 상임고문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종합기술원에서 미래 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이라는 역할에 전념할 전망이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업지원TF는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전자, 생명, 건설에 나눠 운영 중인 3개 TF를 하나로 묶어 '통합 TF'를 신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미래전략실 출신의 정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힘을 싣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미국과 영국의 주재 경험이 있는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은 삼성전자 SET부문 북미총괄 사장으로 승진해 북미지역에서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에 힘쓸 것으로 기대된다. 또 김수목 삼성전자 법무실 송무팀장 부사장은 삼성전자 SET부문 법무실장 사장으로 승진해 법무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준법경영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용인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동부하이텍 대표 출신으로 2014년 삼성전자 입사 후 LSI개발실장, Sensor사업팀장, 시스템 LSI 전략마케팅실장과 같은 시스템 LSI사업부내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이번 인사에서 박학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삼성전자 SET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또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장 사장이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업무가 변동됐다.

이달 안으로 예정된 부사장 이하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젊은 피 수혈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3개 부문장이었던 김기남 회장(63), 김현석 사장(60), 고동진 사장(60)은 모두 60대인 반면, 한종희 부회장(59)과 경계현 사장(58), 최경식 사장(59), 박용인 사장(57) 등 주요 사업부 사장단은 50대이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사장도 교체됐다. 삼성전기는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 삼성SDI도 이날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삼성전자 최윤호 사장을 내정했다. 

한편, 지난달 미국 출장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귀국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차세대 미래 성장사업과 같은 위기 대응을 위해 4년여만의 대표이사 교체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예상대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밤 중동 출장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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