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12.09 18:05

정창선 회장, '3불 경영' 명성…"세계 초일류 건설그룹 만들 것"

정창선(왼쪽) 중흥그룹 회장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중흥그룹)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국내 '빅 3' 건설그룹으로 본격 도약에 나선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광주와 전남, 세종시 등에서 아파트 분양을 통해 사세를 키운 주택건설 전문업체다.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주식 2억1093만1209주)를 위한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로써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8월 주식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 정밀 실사 등을 거쳐 본계약까지 마무리했다. 한두 달 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이뤄지고, 대금 납부까지 완료하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그룹사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에 이어 '빅 3' 건설그룹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중흥그룹 소속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각각 17위(2조585억원), 40위(1조1302억원)이며 대우건설은 5위(8조7290억원)다. 재계 순위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으로 40위권(47위)에서 20위권(21위)으로 수직 상승한다.

지분 매입 가격은 2조1000억원으로 중흥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 없이 직접 조달한다.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나 내년까지 상환할 계획이다.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다.

중흥그룹은 지난 8월 KDB인베스트먼트와 주식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대우건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나 해외사업 부실 같은 변수가 나오지 않아 매각 금액은 입찰가(2조1000억원)에서 큰 폭의 조정 없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지도를 바탕으로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토목·플랜트·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대우건설'을 만들기 위한 후속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중흥그룹은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대우건설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흥그룹 설립자는 정창선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43년 광주에서 태어나 19살에 목수로 건설업을 시작해 현재의 중흥그룹을 일궈낸 인물이다. 정 회장은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고, 보증은 서지 않으며,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경영'으로 명성을 얻었다.

정 회장은 1983년 그룹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중흥주택을 세웠다. 이후 그룹 핵심인 중흥건설을 1989년 설립해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졌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중흥S클래스'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세종시와 수도권 택지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하며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 했다

정 회장은 이날 체결식에서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면서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우건설이 재도약하려면 임직원 개개인과 조직 간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그런 여건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깊이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흥그룹은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 승계 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 개선 ▲핵심 가치(도전과 열정·자율과 책임) 고양 ▲내부 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선별해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노동조합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가기로 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을 철저히 관리해 탄탄한 영업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있고 재무적 투자자(FI) 없이 인수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대우건설의 자체 이익창출과 재투자 여력도 충분할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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