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12.11 06:00

혼인 감소로 출생아 회복 요원…박선권 "아동수당 등 현금지원은 OECD 평균 절반 불과"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통계청이 대한민국 인구 감소를 공식화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순유입이 줄어들고 혼인과 출산 감소세가 두드러지면서 우리나라 인구가 지난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이전부터 나타났던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 감소 흐름이 코로나 이후 급격히 악화하면서 당분간 인구 회복의 길은 요원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현재 5184만명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6만명 내외로 감소해 2030년 5120만명 수준으로 줄고 2070년에는 3766만명(1979년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년 반 전인 2019년 3월 발표된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년)'에서는 중위 추계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2017년 5136만명에서 증가해 2028년 519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새로운 전망에서는 이미 인구는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인구 감소 전망 시점이 8년이나 빨라진 것인데 지속된 출생아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는 지진처럼 고령사회 진전으로 사회가 근본부터 흔들릴 것을 의미하는 '인구지진'이 보다 빨라지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인구학자인 폴 월리스는 '에이지퀘이크(Age-quake)에서 지진과 비유하면 인구지진의 강도는 리히터 규모 9.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경 경제활동인구 대비 고령인구가 많아져 세계 경제가 엄청난 격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국도 그 피해를 크게 입을 국가로 예측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계에서 총인구 감소 시점이 당겨지고 합계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지난 2년간 우리 경제‧사회를 뒤흔든 코로나로 인한 국제순이동 감소, 혼인·출산결정 지연 등 충격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코로나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게 되면 외국인 국내 유입, 혼인‧출산 등이 정상화되면서 인구 변화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저출산 지원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영아수당 신설, 첫만남 꾸러미, 공공보육 50% 달성 등 저출산 대응 5대 패키지를 통해 향후 4년간 약 9조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인구 증가의 기본이 되는 출생아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결혼 후 첫아이 출산까지 평균 2.4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혼인 건수 감소에 따른 출생아 수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3502건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올해 1~9월 혼인 건수는 14만457건으로 1년 전보다 1만6256건(-10.4%) 줄었다. 

혼인 건수가 줄면서 출산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있는 부부 비중은 55.5%로 전년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자녀 수는 0.68명 수준에 불과하다. 2002년부터 2016년간 40만명대가 유지됐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800명) 30만명대로 떨어진 뒤 2020년(27만2400명) 3년 만에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26만명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82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0.02명 줄었다. 이는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0명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1년 전보다 0.08명 줄면서 역대 최소에 그쳤다. 올해도 0명대는 물론 역대 최저로 향해가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우린 턱 없이 부족하다. 

이번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0명까지 하락한 이후 증가해 2031년 1.00명, 2046년 1.21명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합계출산율이 1까지 올라오는 것도 10년 뒤로 예상된다. 1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둘이 모여 1명 낳는 것인 만큼 한 세대가 지나면 출생아가 지금의 절반씩 줄어드는 셈이다. 

출생아 감소에 따른 인구 자연감소도 시작됐다. 인구 자연감소(출생아수-사망자수) 규모는 2020년 3만명에서 2030년 10만명, 2070년 51만명 수준으로 계속 커질 전망이다. 출생아는 2020년 27만명에서 2070년 20만명(2020년의 71.5% 수준)으로 줄어들고 사망자는 2020년 31만명에서 2070년 70만명(2020년의 2.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는 지난해 이미 3만3000명 발생했다. 올해도 인구 감소가 확실시된다. 1~9월 사망자는 22만9683명으로 출생아보다 2만6203명 많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180조원을 저출산 해결에 쏟아 부었지만 2019년 신생아가 1명만 태어났거나 아예 신생아 울음소리가 끊긴 읍면동이 전체 3500여개 중 139개나 되는 등 출생아 감소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 조찬기도회'에 나란히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윤석열 캠프)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 조찬기도회'에 나란히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윤석열 캠프)

이에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여야 후보들도 저출산 관련 발언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9일 "우리 청년층과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는 큰 부담"이라며 "모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 실제 삶에 분명히 체감되는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가정양립을 위한 남녀 육아휴직 확대, 돌봄공백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돌봄 노동자의 처우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5대 돌봄 국가책임자를 통해 학교와 마을의 돌봄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지난달 3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지원 정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처한 주거, 일자리, 보육 등 산적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임신·출산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임신·출산 전 여성 건강검진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난임 지원을 강화하는 등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소득 기준에 관계없이 모든 출산 가정에 바우처를 제공하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를 가정에 파견하는 등 국가가 지원하는 신생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인적자본의 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지난 1일 열린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험과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삶의 질 제고로 인구정책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인구정책 거버넌스 재편을 통해 이해갈등 조정과 부처 간 목표추진, 예산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은 "저출산 예산을 많이 쓰고도 출산율이 안 늘어난다고 하는데 아동수당 등 현금지원의 경우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지원도 현저히 부족하고 구조적인 불평등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과 출산은 소득분위에 따라 반비례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가족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삶의 안전성 회복도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존의 아동, 여성, 노인 등 대상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탈피하고 독자적인 인구정책 추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향후 10년 이내에 고령화율이 급격하게 높아짐에 따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되 적기대응이 필요하고 동시에 가족지원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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