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12.12 10:00

일시적 2주택자라도 기존 집 6월 1일 이후 팔면 '다주택' 간주…서진형 "투기세력 몰아 징벌한다고 해결되지 않아"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최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자들은 집값 폭등으로 인해 몇 배씩 오른 세액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미 납기에 접어든 상태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시적 2주택자, 임대사업자 지위가 강제 말소된 생계형 임대인까지 종부세에 관련된 원성을 한번에 쏟아내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징벌적 성격이 강한 종부세가 매년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역대급 종부세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실수요자 사이에서 혼란이 여전하다.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고가주택 보유자나 투기성 다주택자가 아님에도 역대급 종부세를 내게 됐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이사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생기는 일시적 2주택자들의 동요가 시작됐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결심한 A씨 부부는 지난 5월 초 서울 양천구에서 주택을 사고 7월 말 기존 보유했던 마포구의 집을 팔았다. 갈아타기 과정에서 약 2개월간 2주택자가 됐던 A씨 부부는 지난달 600만원의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A씨는 "집이 계획대로 팔리지 않았을 뿐인데 얼떨결에 종부세 대상이 됐다. 직장인 월급 두 달치에 달하는 종부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현재 소득세법은 이사 과정에서 살던 집과 새로 살 집을 보유하게 된 일시적 2주택자를 실수요자로 보고 양도소득세 등에서 예외를 인정해준다. 하지만 종부세는 당해 6월 1일 기준 주택 수를 따져 일괄적으로 다주택자를 분류한다. 이로 인해 일시적 2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기존 주택을 6월 1일 이후 매도하면 다주택자로 묶인다.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의 취득 주택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면 기존에는 종부세를 부담하던 주택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으며 6월 1일 전에 주택을 양도하면 문제가 없는 만큼 별도의 개선 방안은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보유세 특성상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특례 적용이 곤란하다"면서 "2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회피 수단으로 제도가 악용될 우려도 있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부동산대책으로 임대사업자 신고가 말소돼 종부세 부과대상이 된 임대인들의 아우성도 크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종부세 인상으로 인한 임대사업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7·10대책으로 아파트 민간임대와 단기 민간임대를 폐지, 등록임대사업 지위를 강제 말소하고 모든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지위를 박탈 당한 임대사업자들은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취소되면서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성남에 사는 B씨는 총 3채의 주택을 보유 중인데 지난해에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올해 2230만원을 내게 됐다. 7·10 대책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강제 말소돼 다주택자로 구분됐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피하려면 거주 중인 주택 1채를 제외한 임대주택 2채를 팔아야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데다 세입자 계약이 남아 있어 매도할 방법이 없다.

부산에 사는 C씨는 2005년부터 17년째 임대사업을 해오던 임대주택 5채의 사업자 등록이 말소됐다. 이중 3채는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 매도도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아파트는 법적으로 다시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도 없어 고스란히 종부세 합산 대상이 됐다. 지난해 종부세 납부액은 20만원 가량이었으나 올해는 1억 348만원으로 치솟았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서 추산한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로 인해 B·C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임대사업자는 약 15만명이다. 생계형 임대사업자 중에서 등록이 강제 말소된 뒤 바로 다주택자가 되면서 집을 매각할 때까지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어서 올해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람이 많다.

시민단체들은 종부세에 대한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기본적으로는 작년 법무법인 열림을 통해 진행했던 종합부동산세 위헌소송에 대해서 올해 2021년 부과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 위헌 소송에 청구인단 모집에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위헌소송의 인용가능성을 더하기 위해서 협회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불합리한 종부세 부과대상 사례를 더 모아서 별도로 추가적인 위헌소송을 준비하는 것을 논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부세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징벌적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은 종부세의 활용도가 상위 1%에 대한 부자세라기 보다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면서 "처음에 만들어졌던 종부세의 부과기준에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종부세 부과대상자가 증가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아파트.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 DB)

"시골땅에 수재민들 집짓고 살게 해줬을 뿐인데…아내에게 증여해 종부세 급증"

서울에 살면서 시골 농가주택이나 지방 주택을 상속받은 이들도 종부세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강남에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 있는 D씨는 올해 종부세가 32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배 넘게 불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조상으로부터 충청남도에 땅을 증여받았다. D씨 집안은 1930년대 물난리로 집을 잃었던 마을 주민에게 집안 땅을 빌려주고 여기에 들어와 집을 짓고 살도록 했다. 이후 D씨의 땅은 주민 20여가구의 생활 터전으로 바뀌었다. 땅은 D씨 소유이지만 이곳에 지어진 주택은 주민들의 가구 명의로 돼 있다.

최근 D씨는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지난해 배우자에게 땅 일부를 증여했다. 그리고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종부세가 지난해 대비 5배 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방땅을 증여받은 사람의 종부세가 이같이 급증한 이유는 '독특한' 종부세법 때문이다.

현행 종부세법에 따르면 주택의 건물은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주택에 딸린 부속 토지만 갖고 있는 경우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부속 토지만 소유해도 '주택분'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보유 주택 수 계산 시에도 해당 토지에 있는 주택 수를 포함한다.

다만 2009년 신설된 종부세법 제8조 4항에 따라 납세의무자 본인이 1주택과 함께 다른 주택에 딸린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 부속 토지를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아 1가구 1주택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부세법 제8조 4항에 따라 지난해 D씨는 종부세법 제8조 4항에 따라 1가구 1주택자로 인정돼 15년 이상 장기보유 공제와 70대 이상 고령자 공제를 받았다.

그러나 납세의무자 본인이 아닌 세대원이 주택에 딸린 부속 토지를 소유한 경우 이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D씨가 아내에게 땅 일부를 증여했기 때문에 D씨는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3.6% 세율이 적용되면서 종부세가 급증한 것이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몰아 형평에 맞지 않게 일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종부세 부과의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들, 재산이 별로 없음에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생계형 임대인 등 다양한 사례들이 속출하는 것을 본다면 종부세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다주택자들을 징벌한다고만 생각한다면 절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다음 정부에서는 꼭 국민의 조세부담률에 대한 검토, 조세제도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가재정의 안정, 국민경제생활의 안정, 소득재분배의 실현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부동산 조세제도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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