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12.18 00:15
유밀리피스 페르세포네로 이름붙인 새로운 노래기는 현미경으로 세어본 결과 1000개가 넘는 다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사이언티픽 리포트)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로 이름 붙인 새로운 노래기는 현미경으로 세어본 결과 무려 다리가 1306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사이언티픽 리포트)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영어로 노래기는 '밀리피드(millipede)'다. 다리(pede)가 1000개(milli)가 달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1000개가 넘는 다리를 가진 노래기는 없었다. 단지 밀리피드는 노래기 다리가 많다는 의미에서 붙인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 1306개의 다리를 가진 노래기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주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진들이 깊은 땅속에서 1000개가 넘는 다리를 가진 노래기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었다.

폴 마렉 버지니아 공대 곤충학과 교수는 "진정한 밀리피드를 발견했다"라며 "이는 매우 흥분되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생명체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20년 9월이다.

그는 서호주에 있는 베네롱가 환경 컨설턴트에 근무하는 브루노 부자토 박사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눈이 없고 다리가 많은 창백한 생물의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길이가 약 9.5㎝ 였지만 폭이 1㎜가 채 되지 않았다. 

부자토 박사는 호주 서부의 좁은 시추공에서 200피트(약 60미터) 땅속에 사는 실처럼 생긴 이 동물을 발견했다.

광산 회사들은 금과 니켈과 같은 광물을 찾기 위해 구멍들을 판다. 채굴이 야생 동물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 환경 컨설턴트를 고용한다.

부자토 박사는 컨설턴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젖은 이파리로 만든 미끼를 시추공 아래로 떨어뜨린 뒤 국수가닥처럼 생긴 생명체 네마리를 끌어 올렸다. 

부자토 박사는 새로 발견한 노래기가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매우 긴 노래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땅 속에서 살며 크림색에 눈이 없는 캘리포니아 노래기는 종전 최고 기록인 750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마렉 교수가 이 캘리포니아 노래기를 연구했기 때문에, 부자토 박사는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기 위해 그에게 새로운 노래기 표본을 보낸 것이다.

연구진들은 새로운 노래기 4마리를 측정했다.

기다란 실처럼 생긴 몸은 최대 330개의 마디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차 조사 결과 다리가 800개가 넘었다. 몇 주 후 복잡한 서류작업 끝에 호주 노래기의 표본이 우편으로 버지니아에 도착했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세어본 결과 암컷의 다리가 1306개에 달했다.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종을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라고 이름 지었다. 유밀리페스는 '진정한 노래기'를 의미하고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 의해 저승으로 끌려간 그리스 신화의 여신이다. 

유전학적 분석에 따르면 유밀리페스는 다리가 매우 많은 캘리포니아노래기와 근연종은 아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닮았다. 두 생명체 모두 동굴에 사는 많은 동물들처럼 눈이 없고 큰 더듬이를 가지고 있다. 부자토 박사는 "땅속에서 살면서 두 종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말했다. 

60미터 땅속에서 발견된 이 새로운 노래기인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 길이가 9.5㎝에 달하지만 폭은 1㎜가 되지 않아 긴 실처럼 생겼으며 눈이 없다. (사진제공=사이언티픽 리포트)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