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12.26 07:00

이은형 "실거주 요건 채우려면 총 6년 싼값에 빌려줘야"…다주택자들, 전월세 공급하도록 환경 조성 필요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지난해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지 1년 5개월이 다 돼가지만 계약갱신 청구권이 행사된 계약과 신규계약 간 가격 차이가 커지는 이른바 '이중가격'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꺾기 위한 카드로 '상생임대인'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용 대상 조건이 '1주택자'와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는 등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운용의 폭이 너무 좁아 '땜질'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 입주 물량 감소와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에 따른 갱신계약 만료 등으로 인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값 더 오를 때 쓰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유보' 적잖아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를 적용할 계획이다.

상생 임대인이란 신규·갱신 계약 시 전·월세를 5% 이내로 올린 임대인을 말한다. 이들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받기 위한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채운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세를 면제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다만 다주택자는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제35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거 취약계층 보호와 전월세 시장 동반 안착을 위해 상생임대인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임차인에게는 대항력 제고와 주거 부담을 경감시키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8월부터 임대차3법 도입 2년이 지나면서 계약 갱신 기간이 끝나 '5% 상한 룰'에서 벗어난 매물들이 몸값을 키워 전세 시장에 투하될 것을 우려해 정부가 미리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전월세 안정을 꾀하겠다는 대책으로 분석된다.

그간 부동산 업계는 현재 전월세 시장에 이중가격 형성이 심각해 내년 8월이면 전세값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해왔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임대차법 시행 후 나타나고 있는 이중가격 현상 해결이다. 전세시장의 이중가격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폭 5% 제한)를 적용받는 갱신계약과 이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계약 간 전셋값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지난 24일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단지 84.89㎡는 지난 10월 9일 갱신계약 괴정에서 보증금이 7억5000만원에서 7억8500만원으로 3500만원 오르는데 그쳤으나, 같은 규모의 다른 층의 신규계약은 같은 달 8일 10억5000만원에 체결됐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고 월세나 보증금을 5% 이상 올린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임대차신고제 시행 이후 10월까지 신고된 총 갱신계약 10만231건 중 2만3084건(23.0%)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는 집주인과의 갈등 때문일 수 있으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2년 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추후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해 권리 행사를 한차례 유보한 세입자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정부, 전세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해야"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법적 의무 이행에 불필요한 인센티브를 주는 데다 민간 임대주택 대부분을 공급하는 다주택자들이 빠지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상생임대인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 보유자로 제한했다. 또 내년 12월 31일 계약분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9억원은 현재 시세로 12~13억원 수준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 10월 12억원(12억1639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원하는 매물이 얼마나 늘어날지 미지수다. 또 임대인이 1년 실거주를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재입주를 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집주인이 체감할 수 있는 세금 부담 완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보호법 등의 영향으로 올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12.92%가 상승했다. 지난해(12.47%)에 이어 매매가와 같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2.94% 올랐고, 연간 기준으로 2009년부터 13년 연속 하락 없이 상승세를 유지했다. 더욱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올해(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 설 연휴 이후 봄 학기 이사 철이 다가오면 전세 수요가 다시 높아져 일부 임대인이 상생임대인 인센티브에 동참하더라도 전세 시세가 다시 뛸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한 탓에 전월세 시장에 큰 효과를 주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방식으로 봤을 때 임대인이 실거주 요건을 모두 채우려면 총 4년을 임대해야 줘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신규계약 2년에 임대료 상한을 적용한 4년을 더해 총 6년을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임대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할 임대인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저것도 아무나 다 해주는게 아니라 1가구 1주택에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한정해 적용한다"면서 "다주택자는 적용배제한다면 현실에서는 비싸지도 않은 집 하나 있는데 피치못하게 지방 근무하거나 해서 실거주못하는 분들, 서울 사람으로 지방에 사는데 일단 서울 집은 사야할 것 같으니 전세 끼고 저렴한 집 하나 사는 경우 등, 이런 분들 정도가 해당된다. 자기집 전세주고 본인도 임대 사는 사람들만 해당되는 제도이기에 전체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있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건 맞는 적용 대상자인 1주택 임대인들이 실제로 몇명이나 되겠느냐"며 "5% 올렸다고 1년을 살게 해준 거라고 인정한다는 정책은 어디서 나온 정책인 것이냐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수할 때 취득세를 중과할 것이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완화해야만 한다"면서 "전세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 역할을 해야만 이 상황이 타개될 것이지 자꾸 변형적인 정책만을 내놓는다고 해서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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