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1.01 00:00

초등생까지 양육보조비 지급…기재부 예산편성 권한 축소 필요

 

동해안 일출 (사진제공=전기순 교수)

2022년 새해가 밝았다. 2년째 싸우고 있는 코로나19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일상생활 복귀를 도모하는 첫해가 돼야 한다. 백신 추가접종과 치료제 투여를 통해 코로나 쇼크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고소득층과 빈곤층, 대기업과 소기업, 대면 업종과 비대면 업종 간 자산과 소득 격차가 늘어나는 추세를 막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소기업과 군소 자영업자들도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도록 ‘민생경제’를 본격적으로 회복시켜야 할 원년이기도 하다.

올해는 국정과 지방자치행정 책임자를 뽑는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신명 나게 출발해야 할 정치의 해이다. 이번 양대 선거에서 대면 업종의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단을 제시하는 ‘현명한 지도자’와 미취업의 고통, 실직 위기, 매출 부진으로 눈물짓는 국민을 부축할 수 있는 ‘소통형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3월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쟁은 더욱 격화될 우려가 크다. 신임 대통령 당선자는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통해 적장을 끌어안는 신탕평정책에 나서야 한다. 

새 정권 첫해인 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협력과 교류를 재개할 실마리를 찾으면서 평화와 공존 기반 구축, 남북경제협력시대의 초석도 깔아야 할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 출현, 북한 급변사태 발생 등 대내외 각종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점검하고 주기적인 훈련으로 허점을 점검, 보완해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해가 돼야 한다. 

동해안 일출. (사진제공=전기순 교수) 

'디지털화'와 '그린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무엇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취약부문이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도록 지원 대상과 규모를 늘려 방역 협조에 대한 순응성을 보강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휴업했거나 폐업한 사람의 재도약과 재기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 지원도 요망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걸맞은 정책 패러다임 변화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인가구 급증, 노인세대 급증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경제 흐름의 변화에 더디면서도 국민 개개인 삶과 시장경제 질서에 사전예고 없이 원칙조차 어긴 채 개입하는 공권력의 폐해를 억제하고 각 경제주체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는 미명 아래 갑자기 그간 추진했던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는 것은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ICT,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할 때다. 신성장동력을 효율적으로 장착하면서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이란 시대 흐름에 맞춰 `디지털화`와 `그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발등의 불은 미래 핵심 산업을 육성, 좋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데 있다. 직장이 지속해서 새로 생겨야 고질적인 청년 실업도 완화도 가능하다. 더욱 심화되는 ‘수도권 일극화’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 중점을 두고 실천하는 것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일자리 창출의 궁극적인 주체는 기업이고 자영업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처벌과 규제 위주로 각종 법률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기보다는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과 정당한 시장경쟁원리 작동 유도를 토대로 참여자들이 규정을 지키도록 유도하는데 나서야 한다. 기업의 차세대동력 발굴을 적극적으로 돕고 중장기적 도전과제를 선제적으로 찾아 해당 기업들이 사업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선행연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의 일관성 유지는 물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하며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서 의욕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공무원집단은 정치적 전환기일수록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하고 개입이나 간섭에 가까운 정책은 삼가야 한다. 다만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범죄행위에는 보다 과감히 제재에 나서야 한다. 

노사관계도 종전 대립 일변도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해 파이의 크기를 보다 키우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기득권에서 벗어나 노조 가입 역량조차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으로부터 노동조직으로서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개성공단, 주요국 투자 유도 속 재가동 필요 

대북 제재 체제 속에서 한반도 실정과 현실을 감안해 북한 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율성을 높이는 시도가 요망된다. 주변 강대국과의 양해와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국가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되돌아보면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권의 결정으로 순식간에 폐쇄가 결정됐다. 북한 입장에선 매우 못마땅한 조치이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였음은 분명하다. 새 정부는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중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로부터 투자 유치를 이끌면서 개성공단을 단계적으로 재가동하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 종전선언도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행 안보 질서를 인정하면서 평화 체제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더 이상 늦출 수만 없다.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하고 북한의 체제 붕괴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가 요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경제협력시대 개막에 보다 노력해야 한다. 남북이 각자 체제를 유지하고 공존을 인정하면서 중기적으로 경제연합을 형성한다는 목표에 합의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화 속개가 필요하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안보 불안 해소는 물론 대북 투자 유치를 통한 통일비용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동해 해파랑길 일출 (사진제공=김영보 대표)

영유아 '사회적 돌봄시스템' 형성 시급

인구감소 속도 늦추기가 시급하다. 한국은 합계 출산율 0.837명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이다. 우리나라만큼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를 찾아볼 수 없다. 이대로 간다면 지리멸렬한 국가로 축소되기에 십상이다. 

역대 정부가 지난 15년간 180조원을 저출산 해결에 퍼부었지만 2019년 신생아가 1명만 태어났거나 아예 신생아 울음소리가 끊긴 읍면동이 전체 3500여개 중 139개에 이를 정도다. 처참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동수당 등 현금지원수준은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회입법조사처의 판단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 1월 1일 출생아부터 만 2세가 되기 직전까지 월 30만원의 영아 수당을 새로 만들어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도 만 7세에서 8세로 늘리기로 했다. 출산 시 첫 만남 이용권을 200만원 지급하고 임신출산 의료비 바우처 금액을 10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 저출산 대응 5대 패키지를 통해 향후 4년간 약 9조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영아 수당을 2025년까지 월 50만원을 높인다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자녀 출산을 유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현실적 해법은 결국 지원 강화뿐이다. 애를 낳는다면 직접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는 양육보조비를 예외 없이 주는 정책을 전면 도입할 필요가 있다. 결혼한 부부가 낳은 아이는 물론 혼외출생자, 입양아,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모두에게 지급하자. 부모나 미혼모, 미혼부의 수입과 관계없이 해당 계좌에 매월 입금해주자. 이미 간통죄는 폐지된 지 오래다.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회복지 전달 비용을 줄이는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같은 금전 지원 확대와 함께 여성이 아기를 낳아 키울 엄두를 낼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을 극대화하는 체제도 마련할 필요가 크다. 이미 모계 친척 간 모임과 접촉이 잦고 상호의존도가 높아진 '신모계사회'가 정착한 현실을 감안해 외할머니, 이모 등이 손주나 조카 양육에 함께 기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돌봄시스템’을 형성하자. 이들은 어린이집이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틈새 시간에 존재가치를 발휘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런 활동으로 어린이집의 보육 부담이 줄어든다면 그 혜택은 결국 주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싱글맘 등에게 돌아갈 것이다.
 
미국이 운영 중인 속지주의 도입도 심사숙고할 때다. 한국에 돈을 벌러 왔든, 관광을 하러 왔든, 공부를 하러 왔든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신생아를 한국에서 낳았다면 한국 국적을 주자는 것이다. 아동수당이 지급되는 만큼 상당수는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며 조세 납부와 근로의 의무를 다하면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한발 나아가 불법체류자도 법무부와 관련 정부 부처. 민간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합법적인 체류자격 취득 가능성 등을 따져 전향적으로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해 해파랑길 일출 (사진제공=김영보 대표)

정부조직 신설보다 각 부처 예산 책임편성 필요  

일부 대선주자들은 정부조직을 개편한다고 떠들지만 그간 역대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단행했던 부처 신설이나 폐지, 통합으로 과연 불필요한 규제가 줄어들고 정책 생산성이 향상되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과 훈수 덕분에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무지에 따른 무간섭 덕분에 고성장을 질주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부를 만들어야 한다면 신설해야 할 부처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조직이 없어 공무원들이 일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꼭 가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한 제시와 지원이 없었던 탓이 더 클 것이다. 

디지털전환이 대세가 되었다지만 정부 조직은 오프라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 메타버스가 유행한다고 정부나 지자체마다 관련 제도 도입에 열을 내고 있지만 흉내 내기에 그치고 있다. 정작 공무원의 생산성 제고는 요원하다. 매년 배정된 예산을 100% 쓰면 된다는 패러다임부터 불식돼야 한다. 보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 기능 효율화가 절실하다. 기획재정부의 각 부처 예산에 대한 심사권 폐지 또는 축소부터 도마 위에 올릴 때다. 전문성이 심화되는 실정에서 일정 주기로 담당 국장과 과장, 사무관이 바뀌는 기재부가 담당 부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과거 5개년 경제개발 계획 당시 동원경제체제의 후진적 관행이 아닐 수 없다. 여러 부처가 관계하는 범부처 협업과제에 한해 기재부의 예산편성권을 인정하자. 그렇지 않은 사업예산은 각 부처에서 책임지고 편성하면 된다. 국회 심의를 거쳐 예산이 확정되면 향후 추진 성과에 대해 장·차관은 물론 고위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난 뒤에도 지속해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관행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공공부문이 비대화될수록 민간 경쟁 부문이 위축되는 구축효과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무원 임금수준은 대다수 중소기업보다 높다. 공직이 더 이상 선호하는 직장이 되지 않도록 공무원연금제도 혜택 축소, 정년 보장 체제 탈피 등을 검토해야 한다.

지역화폐 효과 키우고 국민연금 개혁 서두를 때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지역화폐의 장점을 보다 눈여겨볼 필요가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주요 국가마다 돈을 푸는 바람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화폐의 유통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금고나 은행에 묵혀지는 '가치 축장'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경제이론가인 질비오 게젤은 1906년 출간한 `자연스런 경제질서`에서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감가화폐` 도입의 필요성과 효과를 주장,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게젤은 우리가 도달할 목표를 인간의 본성에 부합되는 자연스런 경제질서‘라고 규정한 뒤 이 질서는 자연법칙에 따른 선택이 경쟁에 의해 이뤄질 수 있을 때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연선택은 ’모든 특권을 배제한 후 자연이 제공하는 선천적 특징‘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경기침체가 반복되고 빈부격차와 실업이 만연한 것은 자연선택을 막고 경쟁의 결과를 탈취하는 ’토지의 사적 소유‘와 ’화폐의 가치 축장‘에서 나오는 특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라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금제도 개혁도 더 늦출 수 없다. 이대로 놓아두면 국민연금도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에 이어 적자 전환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부담을 후손에 넘겨선 안 된다. 새 정권은 적정 부담 적정 급여로의 연금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 많이 각출하는 데 따른 당사자 반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사회를 이룩한다는 차원에서 고통 분담은 어쩔 수 없다. 안전·환경 분야에서도 후손들의 삶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동해 해파랑길 일출 (사진제공=김영보 대표)

사회 이동 속도 높이기 위해 '자연선택' 유도해야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은 식민지 수탈에 이어 동족 간 전면전을 치른 최빈국에서 단기간 내에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국내 총생산 순위는 2005년 10위를 처음 기록한 뒤 밀려났다가 2018년 10위로 복귀한 뒤 2019년 12위로 뒷걸음질 친 뒤 2020년 10위를 탈환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한국이 3년 연속 세계 10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대 무역대국이 된 데에는 '정신부국'의 유산을 넘겨받았던 영향도 크다. 6.25 전쟁은 분단을 공고화하는 등 한민족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지만 전통적인 사회구조 해체를 통해 부자와 빈자, 권력자와 비권력자간 간격을 크게 좁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최근 들어 중상류층 이상의 기득권 집단이 공고화되면서 '사회 이동'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조국사태에서 드러난 대로 현행 대학입시 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한데다 수시의 비중이 여전히 높아 부모의 경제력과 지원이 수험생의 성적을 좌우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질비오 게젤의 주장처럼 자연선택이 크게 저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권은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수험생의 입시부담을 줄이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진영 국가를 빼고 국민의 뜻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지도자를 제대로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일상화된 나라이기도 하다. 일당독재체제인 중국이나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한데다 신분제 유습이 짙게 깔려 있는 일본과 비교할 때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국가이고 노인빈곤율도 높은 나라이다.

이런 수치스런 기록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들의 한과 응어리를 풀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명 나게 한판 놀 수 있도록 국민 상호 간에 관심과 배려에 나서는 운동을 펼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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