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1.08 09:13

유정훈 "2030년 수도권 빨리 이동하려면 전용선 추가 필요…기존 노선 활용 시 '짝퉁 GTX' 우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 및 추가 신설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가운데 해당 지역 부동산과 주민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노선에 따라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TX 수혜지역은 물론 정차역이 확정되지 않은 곳마저 GTX 얘기만 나오면 아파트값이 급등한다. 

특히 김부선이라 불리며 논란이 일어난 GTX-D(김포~부천종합운동장역) 노선을 '강남'을 거쳐 팔당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 포함되면서 인천 검단과 경기도 김포 등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이 큰 기대감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의 교통 공약의 선제적인 행보로 인해 GTX로 수혜를 받는 수도권 서부 지역 등 노선과 가까운 지역의 표심이 기울어 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광역교통망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맞불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검단 즉각 환영…'김부선'에서 '김하선'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정부가 건설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B·C 노선은 연장하고 새롭게 D·E·F 노선을 신설하는 내용의 수도권 광역 교통망 공약을 발표했다. 목표는 수도권 전 지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GTX 노선을 따라 역세권에 1만~2만호 안팎의 '콤팩트 시티'를 건설, 총 25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GTX A, B, C노선을 진행 중에 있다. GTX A노선은 2019년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개통예정이며 B노선은 2023년 착공해 2028년 완공을, C노선은 2022년에 공사를 시작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김부선(김포~부천종합운동장역)' 논란이 제기된 GTX-D 노선도 검토 중이다.

윤 후보는 정부가 가진 기본적인 노선을 활용해 구간을 더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운정~동탄 구간으로 운영되던 A 노선은 수서고속철도(SRT) 노선을 이용해 평택까지, 인천 송도~마석을 잇는 B 노선은 경춘선을 활용해 춘천까지 각각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 덕정~수원으로 이어지던 C노선은 경원선을 활용해 동두천까지 연장 운행하도록 하고, 수원에서 경부선을 활용해 GTX를 천안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2기 GTX로 3개(D·E·F) 노선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가운데 D 노선은 정부 계획을 변경하는 형태로, E·F 노선은 신규 노선으로 각각 추진된다. 

우선 수도권 남부에서 동서를 잇는 D 노선은 현재 김포~장기~부천 구간으로 계획된 정부안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연장된다. 이곳을 분기점으로 광주~여주를 잇는 라인을 추가해 '옆으로 눕힌 Y자 형태'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포~팔당 구간이 신설된다. 삼성~여주 구간은 신설 및 기존 경강선이 일부 활용된다.

E 노선은 수도권 북부에서 동서를 잇는 인천~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 구간이다. 윤 후보는 "김포공항~구리 구간은 신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공항철도와 경의 중앙선을 쓸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F 노선은 수도권 거점지역을 연결해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로 묶는 순환선이다. 고양~안산~수원~용인~성남~하남~의정부~고양을 잇는 이 노선 가운데 성남~고양 구간만 신설되고 다른 곳은 서해선과 수인 분당선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공약이 발표되자 수혜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김부선 논란이 일어난 인천 검단과 경기도 김포 등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하선'에서 '김부선'으로 단축됐던 GTX D노선이 팔당까지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GTX-D 노선은 김포 한강~인천 검단~부천~서울 남부~하남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4월 22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따르면 GTX-D는 김포장기에서 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일명 '김부선'으로 변경됐다. 

김포와 검단 주민들을 즉각 반발하며 GTX-D노선의 강남·하남 직결을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희망이 생기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김포검단시민연대는 지난 7일 "지역염원이 대선공약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깜짝공약과 김포를 방문해준 윤 후보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관련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김포·검단·평택 등의 지역에 사는 최소 수백만 유권자의 표가 윤석열에게 기울겠다", "수도권에 서울직결 노선 하나없는 50만 대도시가 어디있느냐, 정말 잘 된 일이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GTX 장래철도노선망. (사진제공=국민의힘)
GTX 장래철도노선망. (사진제공=국민의힘)

부동산 시장 파급효과 상당할 듯…이은형 "사업이 구체화 될 수록 상승할 것"
 
부동산 시장 역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GTX는 '집값 급등열차'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지난해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우 GTX 수혜지역으로 선정되자마자 순식간에 부동산 가격이 수억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GTX-C 노선이 지나는 지역들은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GTX-C 노선이 지나는 지역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발표된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약 3달간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큰 상승폭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는 지난해 5월 대비 8월 평균매매가격이 21.8% 상승했으며 안양시 동안구(15.6%), 수원시 팔달구(16.4%), 의정부시(29.5%), 양주시(29.4%) 등 역시 같은 기간 두 자릿수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다. GTX-C 노선의 신설역이 추가되거나, 노선 연장 기대되는 지역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의왕·군포·안산시가 꼽힌다. 실제 이들 지역은 지난해 8월 말 국토부가 '제3차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하면서 교통대책으로 GTX-C 의왕역 정차, BRT 노선 신설 등을 검토해 서울 강남권까지 20분대 진입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집값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10월 첫째 주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4일 기준) 의왕시, 군포시, 안산시의 평균 집값 상승률은 각각 0.58%, 0.54%, 0.48%를 기록하며, 경기도 집값 평균 상승률 0.41%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지역들의 집값이 오를 수 있다"면서 "광역교통망 같은 개발사업은 취소 되기 어렵기 때문에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발표로 김포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시장의 기대심리는 올라갈 것"이라며 "언제 개통될지 정확히 모르는데도 발표가 나면 바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예전에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예타통과 등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청난 상승을 하진 않겠지만 사업이 점차 구체화 될수록 그만큼 상승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GTX를 추가한다는 방향성은 동의하나 구체적인 내용이 부실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격적인 광역급행시대에 A·B·C노선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에 동의한다"면서 "2030년쯤 수도권의 넓은공간을 빠르게 이동하려면 추가로 필요한 것은 맞다. 특히 GTX D라인 같은 경우에도 제대로 된 동서축을 구축하려고 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존의 노선을 활용 혹은 이용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짝퉁 GTX' 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기존 노선을 이용한다면 GTX기능을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용절감을 위해서 전용선 구간을 사용한다고 말한 것 같다. 일반 광역철도 연장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천 같은 경우 경강선을 활용한다는 것인데 기존선으로는 GTX 차량이 빠르게 달릴 수 없다. 차라리 할 것 이라면 제대로 전용선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순환선처럼 경기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내용도 있는데 순환선개념은 서울지하철 2호선처럼 도시철도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GTX는 중심부를 관통하는 것이라 순환선 개념은 맞지 않는 컨셉트라 내용적인 부분에서 조금 아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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