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1.11 13:52

지난 5일 발사 때보다 발언 수위 상승...여전히 '도발' 표현 자제

이스칸데르-M의 발사장면 (사진=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이스칸데르-M 발사장면 (사진=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북한이 11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리자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50분부터 9시 40분까지 50분 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에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 27분경 북한이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합참은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며 "현재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NSC 위원들은 북한이 연초부터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정세 안정이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이번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NSC의 '강한 유감'이라는 입장 표명은 지난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을 때와 비교해 수위가 올라간 것이다. NSC는 당시 '유감'이라는 표현 없이 우려한다는 입장만을 내놨다.

여기에는 북한이 불과 엿새 만에 다시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등 연속해서 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이라서 국민들이 안보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우리나라 최북단역인 제진역을 찾아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던 바로 그날 북한은 문 대통령의 이날 행사 3시간 전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쐈다. 

이번에도 NSC 상임위원들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발사체의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하는 동시에 북한의 관련 후속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지난번 도발 때와 이번 도발 때의 대응 태도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이번에는 '강한 유감'이라는 표현만 삽입했을 뿐이다. 

NSC 상임위원들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NSC 상임위 보도자료에 '도발'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연장선으로 읽혀진다. 

NSC는 지난해 9월 15일 북한의 발사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발사에선 '도발'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측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두고 "부적절한 실언"이라고 비난하며 남북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됐던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원인철 합참의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및 김형진 2차장,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NSC 전체회의가 아닌 상임위원회 회의로 열린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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