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1.20 15:52

이동근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들로 편중 구성"…최준선 "과도한 경영 간섭"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경총)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경영계가 국민연금법 상 검토·심의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심의·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제치고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권한 위임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은 현행처럼 기금위가 담당하고,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 별도 판단이 필요할 때 수탁위가 맡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경영계 의견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0일 정책 토론회를 열어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탁위에 일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주주 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위에 넘기는 내용의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회에 상정했다. 

현행 지침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결정 주체는 원칙적으로 기금위가 맡는다. 기금위가 처리하기 곤란한 사안, 수탁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수탁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 사안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탁위에 판단을 넘긴다. 현재 이원화된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경영계는 복지부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노동·시민 사회단체 추천 위원 위주로 구성된 수탁위에 소송 결정 권한이 넘어갈 경우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날 정책 토론회 개회사에서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침 개정의 핵심은 국민연금 대표 소송 결정 주체를 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된 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현행 지침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수탁위에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국민연금 내부 지침에 불과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으로 잘못된 권한 위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탁자의 의무는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대화"라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건전한 목적의 대화를 넘어선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정우용 상장협 정책부회장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 차원에서 수탁자책임 활동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담당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금위가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수탁위는 법에 따라 기금위의 순수 자문기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경영계의 반발에 복지부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양성일 복지부 1차관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상장사협의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산업연합포럼 등 7개 경제단체는 개정안 도입을 강력히 반대했고, 복지부는 경영계 의견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당초 계획에서 한 달 정도 미뤄 내달 말 대면회의로 개최되는 기금운용심의회에서 경영계와 관련 사안을 최종 논의한 후 개정안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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