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1.24 14:59

"3개사 정기주주총회서 공익이사 추천 필요…회사·주주가치 추락 재발 방지 시스템 마련"

(사진=국민연금 홈페이지 캡처)
(사진=국민연금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HDC현대산업개발, 카카오, 이마트 등의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회사·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국민연금공단이 대주주로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현산·카카오·이마트 등에 전문경영인 공익이사를 추천하고, 문제이사 해임과 회사·주주가치 추락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현산은 최근 부실공사로 많은 사상자를 냈고, 카카오·카카오페이는 무분별한 물적분할과 임원들의 '먹튀 매각'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했으며,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23-27 일원에 짓고 있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장에서 11일 오후 3시40분쯤 2단지 201동 아파트 바깥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지상에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대를 덮치는 사고를 일으켰다.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은 지난달 10일 류영준 대표와 임직원들이 지분을 대량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며 수면 위로 불거졌다. 당시 류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 44만993주를 한꺼번에 팔았다. 이들은 1주당 5000원에 취득한 주식을 20만4017원에 매도해 총 878억원의 차익을 봤다. 류 대표는 약 460억원을 현금화했다.
 
통상적으로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시장에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다가 특히 상장 후 한 달여 만에 경영진들이 뜻을 모아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따라서 '고점'에 대한 불안감은 카카오페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고, 소액주주들은 이후 주가하락의 폐해를 그대로 당해야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른바 '멸공 논란'은 정 회장이 지난 5일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이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 조치됐고 이후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끝까지 살아남을테다 멸공'과 '난 공산주의가 싫다'라는 글을 잇따라 게시함으로써 파장이 커졌다. 이후 신세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여파가 드러나자 정 부회장이 사과함으로써 일단락된 사건이다. 

이런 가운데, 이들 단체들은 "이사회가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충실의무를 어기는 등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회사 가치가 떨어진 사례"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이사회가 본래 회사 업무 집행에 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영의 근간이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형식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이사회가 책임 있는 경영 주체로 나서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을 향해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했으나 현산 등의 주주이자 국민 노후 대비자금의 집사로서 책임 있는 활동은 전무했다"면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이들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금의 손실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단체들은 끝으로 "자회사 상장 시 다수 주주의 동의가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주주제안을 하는 한편 국민 노후자금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회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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