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1.25 14:48
(사진=원성훈 기자)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25일 내놓은 몇가지 정치개혁 방안을 놓고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아주 좋은 조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몇주만 더 빨리 나왔어도 민주당이 대선에서 기선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송 대표가 이날 발표한 정치개혁 방안들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우리 정치는 지금보다는 확실히 진일보된 모습이 될 것이다.

송 대표 스스로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개인의 결단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이런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관심이 간다. 이른바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태생)의 자기 반성이란 측면 때문이다.

송 대표의 말대로 사실 그동안 586세대가 이미 기득권 계급이 된지 오래됐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민주화운동을 통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타도할 당시만해도 586세대는 우리 사회를 역동적으로 이끌어온 측면이 있었다. 민주정권이 들어선뒤 어느새 이들은 권력과 재력을 갖춘 세력이 되어 버렸고 이젠 정치발전의 걸림돌로까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586세대의 대표적인 한 사람인 송 대표도 이런 평가에 뼈아팠을 것으로 여겨진다.  

고민 끝에 그가 내놓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겠다는 의미에서 '동일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다. 또 다른 하나는 민주당을 '2030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젊은 정당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선언적인 의미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2030세대가 주축이 되게끔 전체 광역, 기초의원의 30% 이상 청년이 공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송 대표의 이번 선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책임정치'라는 대목이다. 지난해 4·7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분골쇄신'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오는 3월 9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종로·안성·청주 상당구' 3곳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밝힌 것이다. 
   
송 대표 스스로도 "국민의 상식과 원칙에 따르는 것이 공당의 책임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뜻을 받아 책임정치라는 정도를 지키겠다"며 "공천 포기는 당장은 아픈 결정이지만,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책임 정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자체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라는 행위를 거치게 하면서까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줬던 과거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억지로 후보자를 공천했다가 결국 서울·부산 재보선 선거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었던 잘못을 더이상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밖에도 송 대표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 이상직, 박덕흠 의원의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면서 "윤호중 원내대표, 김진표 윤리특위 위원장과 상의해 신속히 제명안을 윤리특위에서 처리하고 본회의에 부의·표결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들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회가 적당히 뭉개면서 시간이 지나면 없던 일처럼 유야무야 된 일이 많았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하고 이런 잘못된 정치문화부터 일소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송 대표의 이같은 자구노력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대략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발표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실천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발표 시점 지체'에 방점을 찍은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아무리 늦었어도 2주 전쯤에 이런 내용을 내놨다면 파급력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컸을 것"이라며 "그랬으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지율을 회복하고 앞으로 치고 나가기 전에 그런 표심의 상당부분을 이재명 후보에게로 돌려놓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치인 발언은 믿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야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로부터 숱한 정치인들이 말뒤집기를 한 것이 어디 어제 오늘의 얘기냐"며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약속을 했더라도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말을 뒤집으며 다시 나올 때 항상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얘기가 '국민이 원해서 어쩔 수 없이' 아니었느냐"고 비꼬았다. 

이 같은 평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내분상태라는 위기에 빠졌을 때 더불어민주당에서 이같은 '고육지책'이 나왔다면 전세 역전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송영길 대표의 발표는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져야한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정치의 신뢰 회복을 위해 더욱 그렇다.

아울러 정치인들은 앞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국민 여망 실현'이란 핑계를 더이상 둘러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각자의 전문성과 함께 정직하고 예측가능한 언행을 갖춘 정치인 만이 살아남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선진정치'의 모습을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지자체 의회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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