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1.26 17:41

"소음 줄일 이중벽조차 없어…고작 25m 떨어진 앞 동 집 내부 훤히 들여다보여"
김선홍 "현대건설, 수익 극대화 위해 벽체 얇게 설계했다는 의혹…문제 해결하라"

김선홍(가운데)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장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26일 서울 종로 계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선홍(가운데)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장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26일 서울 종로 계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형제기업 격인 현대건설에서도 사고가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다.

지난 12일 인천 송도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일주일 뒤인 19일 인천 부평아파트 공사장에선 크레인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26일에는 서울 종로 계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환경·시민사회단체와 개포 8상가 철거대책위, 기아차 내부고발자 박미희 공대위 등 현대건설 관련 피해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DH자이 개포 아파트' 하자 문제를 해결을 요구했다.

이들은 "강남 DH자이 개포 아파트 입주민들이 현대건설 때문에 한탄하고 있다"며 "엘리베이터 굉음 때문에 도대체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굉음의 원인은 무리한 설계와 높은 용적율 때문"이라며 "부실 공사로 인해 입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 18일 저녁 해당 아파트 814동의 어느 집에서는 집안 곳곳에서 '우윙'하는 소리가 수시로 들리고, 현관에서 가까운 방에서는 중간에 '드르륵' 소리도 들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날 방문한 813동의 어느 한 집에서도 같은 소리가 나고, 엘리베이터 바퀴가 레일을 타고 움직일 때 나는 진동 소음이 콘크리트 벽을 타고 온 집안으로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기찻길 옆 오막살이 신세'라고 푸념했다. 

시위에 나선 한 입주민은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라는 현대건설의 'DH'와 GS건설의 '자이'가 붙은 아파트인데 여기 입주민 중 상당수는 '기찻길 옆 오두막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차는 밤에는 안 다니지만, 엘리베이터는 시도 때도 없이 다니기 때문에 소음 피해로 치면 기찻길 옆 오두막보다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엘리베이터 소리에 잠에서 깬 아이가 무서워서 한밤중에 안방으로 달려온 경우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50~60층짜리 초고층 건물에 들어가는 분속 240m짜리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일반 아파트 중 처음으로 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대형 건설사의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모 건설사 대표는 "차가 속도를 낼수록 소음이 더 발생하는 것처럼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통상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소음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시위에 나선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이렇게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단 30㎝ 두께의 일반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엘리베이터와 집 안의 방을 바로 붙여 지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대한 아파트를 슬림하게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집과 바로 붙여 지었고, 소음을 줄일 이중벽조차 못 만든 것"이라며 "아파트 동과 동 사이의 거리가 짧은 곳은 25m에 불과해 앞 동의 집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고 전했다.

또 "과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지은 아파트의 동간 간격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상형과 타워형 아파트를 섞어서 지었기 때문에 앞 동이 더 잘 보인다"며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앞집 조망권이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선홍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장은 "최근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 사고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된 후 사람들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건설사가 안전 위주의 시공이 아닌 빨리빨리 속도전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또 "DH자이 개포 아파트에 사용된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소음이 큰 만큼, 당연히 진동과 소음에 대한 검증을 미리하고 벽체를 더 두껍게 설계하는 사전 조치가 필요했다"며 "일각에서는 건설사가 용적률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벽체를 얇게 하는 등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의혹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민들만 정신적, 재산적, 환경적 고통을 떠안고 있다"며 "국내 최대 건설사 현대건설은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김민수 개포8단지 철거대책위 위원장은 "DH자이 개포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상가 강제 철거로 생존권을 박탈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 2015년 단지를 매매계약 체결 후 2018년 일반 분양하면서 막대한 분양이익을 챙겼다"며 "당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공사비 부풀리기와 토지비 거품을 합해 건설업체가 총 8900억원의 개발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공무원연금매장 상가를 철거하면서 상가 상인들에 대한 생존권 대책은 수립하지 않고 오히려 상인들에 대해 탄압을 일삼았다"며 "현대건설은 영세상인들을 짓밟고 개발 이익 추구에 혈안이 되는 사이에 개포8단지상가철거민은 수년째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생존권 외침을 짓밟는 사회공동체 파괴를 중단하고 개포8단지 상가철거대책위의 정당한 생존권 투쟁에 눈과 귀를 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 단체는 "향후 2차, 3차 기자회견을 통해 DH자이 개포 아파트의 용적률, 교통영향평가 문제점, 시공사로 선정된 한남뉴타운 내 한남3구역 사업지 내 쪼개기 의혹, 개포8단지 철거대책위 집회 시 현대건설이 자행한 무차별 고소 남발 등을 알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개포 8상가 철거대책위,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기아차 내부 고발자 박미희 공대위,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 협의회, 환경단체 글로벌 에코넷, SK수소공장 건설 반대 범시민협의회, SK인천석유화학 이전 추진주민협의회, 인천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등이 참여했다.

글로벌에코넷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현대건설 측에 DH자이 개포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모든 하자의 해결을 촉구하는 문서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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