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1.29 09:00

이 부회장, 2월 3일 재판 없어 14일 가량 여유 생겨…대부분 국내 머물며 경영 구상 집중

​국내 재계 총수들. 이재용(사진 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각 사)​
​국내 재계 총수들. 이재용(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전다윗·김남희 기자] 재계 총수들의 올해 설 연휴 일정은 어떻게 될까. 그룹 비전과 미래 경영 전략의 큰 틀을 제시해야 하는 그룹 총수들에게 명절 연휴는 주로 차분하게 주요 현안들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일반 가정에서 음력설을 챙기는 게 일반적인 반면, 국내 재벌가는 대부분 양력설을 쇤다. 음력설에 차례를 지내거나 성묘를 하는 등 집안 행사를 챙길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즉, 설 연휴는 격무에 시달리는 그룹 총수들이 오롯이 경영 구상에 몰두할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등 살펴봐야 할 국내 리스크도 늘었다. 여느 때보다 현안을 점검하고, 경영을 구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래간만에 발이 풀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설 연휴를 이용해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보도 발표회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보도 발표회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공식 일정 없어…주요 현안 점검·미래 사업 구상 

재계 주요 그룹 관계자들은 올해 설 연휴 총수들의 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부분 "공식적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언급했다. 올해도 대부분 국내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연휴 때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탄소중립 실현, 수소사회 구현 등 그룹 비전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재계 맏형격인 최 회장은 지난 26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어떻게 대변할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국내에 머물며 그룹 현안을 짚어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화두로 던진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가치 있는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특별한 공식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설 연휴 CES 2022에서 제시한 '로보틱스 비전' 관련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강조하는 로보틱스는 단순히 로봇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동성이 부여된 모든 사물, 나아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협력업체 직원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해 공식 사과했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안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잡고 고민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항공·우주 산업을 점검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 연휴 기간에 브라질을 찾아 명절 현장 경영을 이어갔다. 26일(마나우스 현지시간)  이재용 부회장이 브라질 현지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20년 설 연휴 기간 브라질을 찾아 현지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명절마다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오래간만에 발 풀린 이재용…유럽 출장 가능성 높아

주로 국내에 머물며 사업 구상과 함께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가질 대부분의 재계 총수들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해외 유력 기업이나 현지법인을 둘러볼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설 연휴가 낀 이번 주말에서 다음달 초 해외 출국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래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 관한 재판에 출석해 왔지만, 설 연휴 직후인 다음달 3일 재판이 하루 쉬면서 14일 가량 여유가 생겼다. 

이 부회장은 다른 재계 총수들과 달리 설·추석 등 명절을 이용해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사업장이 쉬는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살피려는 의도다. 

하지만 지난해 이 부회장의 명절 해외 출장은 잠시 멈췄다. 지난해 설에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미국 출장길에 오를 계획이었으나, 취업 제한 위반 논란이 불거지며 출장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올해 설 명절 해외 출장의 유력한 행선지는 유럽이다. 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 ASML과의 관계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노광이란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뜻한다. 회로를 미세하게 새길수록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칩 수가 많아진다. EUV 노광장비는 기존 장비의 14분의 1 수준의 극자외선을 쓰기에 더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장비 한 대당 2000억원이 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첨단 반도체 업계 핵심 장비로 꼽힌다. ASML이 어느 기업에 장비를 먼저 공급하느냐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두가 결정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유럽 출장 당시에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직접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 논의를 진행하고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독일 반도체 회사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반도체 등을 주요 M&A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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