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2.03 12:03
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혜경 씨가 '공무원 신분인 사람을 자신의 개인비서처럼 썼다'는 의혹의 핵심 문제는 '의료법·공무원법 위반' 등의 의혹에 앞서 좀더 근본적인 것이 '김혜경 씨 평소 의식의 문제'라는 지적이 적잖다. 

'단체장 배우자의 사적활동에 공무원을 수행하게 하거나 의전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6년 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침이다. 김혜경 씨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이른바 '황제의전'이다. 공무원을 자신의 개인비서처럼 부리면서 자신이 먹을 음식배달을 시키고, 약을 대리처방 받아 오게 하고, 속옷과 셔츠 심부름을 비롯해 자신의 집의 냉장고 정리와 옷장 정리를 시켰다는 것과 이재명 후보의 아들인 이동호 씨의 퇴원수속까지 공무원을 시켜서 했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와는 별도로 경기도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의혹도 불거졌다. 

이런 의혹의 핵심에 서있는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으로 사실상 김혜경 씨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배소현 씨는 지난 2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제가 전(前) 경기도 별정직 비서 A(7급 공무원)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당사자인 A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배 씨는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선을 그었다. 즉, 사과는 하되 이재명 후보 부부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판단해서 한 일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단 한 구절도 수긍 가는 곳이 없는 엉터리 거짓말 일색"이라며 "본인이 필요한 약이었는데 왜 김혜경 씨 집으로 배달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혹시 배소현 씨가 김혜경 씨의 집에서 함께 숙식하고 살면서 집사 노릇을 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국민께 고백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최지현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공개 질의한다"며 "7급 공무원이 대리처방 받은 약 누가 먹었느냐. 7급 공무원이 대리처방 받은 약을 배소현 사무관이 먹었다고 했다. 맞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김혜경 씨는 그 약을 먹지 않은 것이냐. 약 값 결제한 신용카드 내역만 공개하면 확인이 가능하다"며 "여기에 명백히 답하라. 허위 해명을 하면 공직선거법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3일 자신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이른바 '의전 논란'과 관련해 직접 사과했다. 아울러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경기도 감사관실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고 인정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부적절한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사실상 김혜경 씨와 관련된 의전 논란의 실체를 인정한 셈이다. 

'황제의전 논란'의 기원은 사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2월 당시 박완정 성남시의원은 성남시의회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성남시에서 행해지는 각종 행사 때마다 시장 부인을 따라다니며 밀착 수행하던 배 모 씨라는 여성이 버젓이 성남시청 비서실 계약직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성남시 공무원이었던 것"이라며 "상임위 회의에서도 이 여직원이 각종 행사에서 시장 부인을 수행하고 있다고 몇몇 공무원들이 시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시다시피 배 모라는 직원의 업무분장에는 '의전수행'이라고 또렷이 기재돼 있다"며 "참고로 이 여직원은 이 시장이 취임 후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한 직원이다. 이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분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한 바 있다.

핵심 사안은 김혜경 씨가 관용차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성남시장 비서실장이었던 윤기천 씨는 김혜경 씨의 성남시장 관용차의 사적 이용은 인정하면서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가야할 행사 중에서 굳이 못 갈 때 김혜경이 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박 시의원은 김혜경 씨를 배 씨가 항상 수행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아울러 당시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인 문기래 씨는 배 씨가 김혜경 씨의 수행도 했고 외국인에 대한 의전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제는 배소현 씨의 거짓말이다. 김혜경 씨에 의한 '공무원 사적 이용'에 대해 "경기도 대외협력 담당으로 채용됐고, 수행비서로 채용된 바 없고, 공무수행 중 후보가족을 위한 사적용무를 처리한 적이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다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던 배소현 씨는 최근 방송에 이런 사실을 제보했던 A씨와 연락을 시도하고 사과 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선대위는 사실관계를 해명하지 못했고, 경기도청의 해당 공무원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해왔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개별 사건의 위법성 여부는 별론으로 치더라도 김혜경 씨의 의식 수준이다. 빨랫감 처리, 옷장 정리 등을 비롯해 당연히 자신이 처방받아 약을 타와야 할 일까지 공무원을 시켜서 했다는 의혹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자신은 상전이고 공무원은 하인'이라는 사고방식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혜경 씨에게 특권의식이 가슴 깊이 박혀있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었던 사례는 또 있다. 김혜경 씨가 지난해 분당 서울대병원을 네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 김혜경 씨가 비를 맞는 위치에 차를 정차시켰고 수행을 마치고 퇴장을 할 때 김 씨가 탄 차 앞으로 수행원의 차가 앞서서 빠져나갔다는 이유 등으로 당시 김혜경 씨의 수행원들이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혜경 씨는 앞서 지난 2일 밝힌 '입장문'에서 "배 모 씨의 입장문을 보았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모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혜경 씨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김 씨는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리지 못했다. 이것은 김혜경 씨가 평소부터 특권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는 행태다. 뿌리깊게 뇌리에 각인된 이런 습성은 쉽사리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3일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여권 성향으로 여겨지는 한 네티즌이 쓴 글을 전한다.

"경기도지사 사모님께서 초밥이 먹고 싶다 해서 5급 공무원이 7급 공무원에게 지시 내리는 것을 보니  화가 치민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내로남불에 대해 눈감고 귀막고 입막고 대선을 치러야 하느냐. '민주당 이겨라'라며 진영논리로 덮고가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기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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