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2.05 07:05

작년 10월 이후 수출 증가폭 점차 축소…대신증권 "G2 경기 전망 낮아지면서 수출 하방압력 높아져"

인천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인천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수출 호조세가 1월에도 계속됐으나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올해 3%대 경제성장률 달성 목표가 새해 첫 달부터 삐끗하고 있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1%로 제시 중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은 3.0%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9%로 내다보고 있다. 3% 내외의 전망이 주를 이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553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5.2% 증가했다. 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초로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오미크론 확산, 원자재값 상승, 1년 전 높은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의 견조한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절기의 높은 에너지 수요 등 계절적 요인으로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1월 수입은 602억1000만달러로 35.5% 급증했다.

이에 무역수지(수출-수입)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45억2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를 보였다. 두 달 연속 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 이후 14년 만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출 호조에 동반한 중간재 수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간 월 수입액은 역대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월 수입액은 12월(612억달러)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수입 급증은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에너지 가격 급증 등에 따른 수입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닌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12월 5824억엔의 적자가 발생했다.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미국의 11월 적자규모는 1030억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였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지라도 당분간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1분기 수출 증가율이 당초 예상(15%)보다 낮아질 수는 있겠으나 두 자릿수 증가율로 선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다만 적자규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통상 1월은 계절적인 에너지 수입으로, 4월은 외국인 배당금 송금 이슈로 적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49억달러 적자는 지난 30년을 돌아봐도 전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시나리오로 2~6월까지 수출증가율 20%, 수입증가율 30%를 가정할 경우 5월까지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지속된다"며 "경상수지는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1월 무역수지 적자 폭을 고려하면 1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가격이 하반기까지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무역수지는 1~2개월 적자를 지속한 뒤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점은 흑자 전환되더라도 수출 성장 동력이 점차 줄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이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나 증가폭은 2021년 10월을 정점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며 "오미크론 영향으로 올해 G2 경기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한국 수출 경기의 하방압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와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한국이 올해 3% 성장률 달성하는데 있어 암초로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4%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대비 0.5%포인트 낮췄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이 ▲오미크론 확산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중국 부동산 시장 리스크 및 소비 감소로 둔화될 것으로 봤다. 특히 중국 성장률을 기존(5.6%) 대비 0.8%p 낮춘 4.8%로 제시했다. 미국은 5.2%에서 4.0%로 1.2%p 내렸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3.3%에서 3.0%로 0.3%p 하향조정됐다.

(사진·이미지제공=이마트·픽사베이)
(사진·이미지제공=이마트·픽사베이)

3%대의 고물가도 성장률에 부담이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6%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째 3%대 고물가 행진이 이어졌다. 11월(3.8%)을 정점으로 매달 0.1%포인트씩 축소되곤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도 물가 눈높이를 상향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지난해(2.5%)보다 높아지면서 11월 전망치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제시했지만 3%대 고물가가 이어지자 연초부터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 중후반으로 크게 수정할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발 공급망 차질 및 에너지가격 상승 우려도 악재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응계획을 마련해 이달 중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통해 논의·확정할 방침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4일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에서 "향후 정세불안이 심화·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등 공급망, 금융·실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각별한 긴장감과 경각심을 갖고 우크라이나의 정세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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