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2.05 06:55

새 정권 계승 여부 불투명…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중 40여곳 주민 '지정 철회' 요구

공공주도 3080+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선도사업지구 현황. (자료제공=국토부)<br>
공공주도 3080+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선도사업지구 현황. (자료제공=국토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등 전국 대도시권에 83.6만호를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2.4 대책(3080+ 대책)이 만 1년을 경과하면서 향후 부동산시장 추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목표의 60%를 달성하며 부동산 시장 하향 안정화 추세에 핵심적으로 기여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춤한 집값은 정부 2·4대책 효과보다는 대출 옥죄기와 금리 인상, 대선을 앞둔 거래절벽 등의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2·4대책으로 실제 공급된 실물 주택이 아직 없는 만큼 실수요를 잠재우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2·4대책의 핵심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경우 현금청산 보상에 따른 재산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후보지의 절반 이상이 사업 철회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원활한 진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보합세…2020년 11월 2주 이후 처음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2·4 주택공급대책은 규제완화, 신속 인허가, 파격적 인센티브 등을 통해 '공급쇼크' 수준의 83만6000호를 공급하고, 도심공급 지정에서 분양까지 기간을 13년에서 1.5년으로 단축하는 등 공급모델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 발표 직후 물량효과로 단기 시장불안 완화 및 하반기 들어 후보지·지구지정 본격화로 최근의 시장 하향 안정화 추세에도 핵심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하면서 집값 조정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상승세도 1년 4개월 만에 멈췄다. 

한국부동산원이 4일 발표한 '2022년 1월 5주(3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01%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하락 지역도 전체 25개 구 중 19곳으로 집계됐다. 상승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서울 부동산 핵심으로 꼽히는 강남3구 역시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강남·서초·송파구가 일제히 상승세를 멈춘 것은 2020년 11월 2주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정부의 2.4대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동산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거래 감소와 금리인상 부담, 계절적 비수기 영향 등으로 수요가 감소했다.구축 위주로 물량이 쌓이며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동산원보다도 부정적이다. 정부가 지난 1년간 지정한 주택공급 후보지 숫자만으로 2.4대책의 성과를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지정했다는 50만3000가구는 말 그대로 '후보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락 전환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 역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앞둔 '눈치 보기' 장세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래량이 많이 줄어 들었다. 금리 인상, 계적절 비수기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대선이다. 부동산정책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의사결정들을 미루게 돼 초거래절벽상태가 나타나며 안정기조를 보이는 것이다. 통계의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50만3000가구 중 33만3000가구는 신도시 등 신규 택지와 사전청약 물량이다. 그린벨트나 농지 등을 택지로 조성하고 아파트를 짓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신규 택지에는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논란이 됐던 광명 시흥지구 7만가구도 포함됐다. 정부는 LH 투기 사태가 터지고서 시흥지구 개발을 보류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재추진하고 있다.

사전청약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청약 수요자에게 '예약티켓'만 잔뜩 뿌리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신규 택지와 사전청약을 제외한 2.4대책 후보지는 17만가구로 계획 물량(47만2000가구)의 36% 수준이다.

1월 다섯째 주(31일 조사 기준)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공공개발 반대 여론 확산…현금청산 보상방식 여파로 후보지 주택거래 끊겨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가운데 40여곳에서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후보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월 초 기준 후보지 중 10곳은 주민들의 반대 동의서를 모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보상방식을 두고 격렬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4 대책 발표 당시 투기 차단을 위해 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 취득자에게는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어느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 본회의 의결일인 작년 6월 29일 이후로 기준 시점을 늦췄다.

이에 따라 작년 6월 29일 이후 획득한 주택 소유권은 현금청산 대상으로 내몰린다. 이 여파로 후보지 내 주택 거래는 사실상 멈추게 됐다. 결국 후보지 주민들은 주택을 팔지도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도 못가게 된 형국이다. 재산권 행사는 물론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침해받는 상황이다.

현재 예정지구로 지정된 지역에게만 해제 관련 조항이 존재한다. 도심복합사업에서 예정지구로 선정된 뒤 본지구로 지정하려면 주민 3분의 2, 토지면적 50%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1년 이내에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예정지구 지정은 자동 해제된다. 예정지구로 지정돼도 6개월 이내에 주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면 지정이 해제된다. 하지만 후보지로만 선정된 지역은 구체적인 해제 관련 조항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재산권 침해과 주민 반대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 데도 정부는 추가적인 보완 노력 없이 2·4대책의 성과 홍보에만 열을 올리며 추가적인 공급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민간정비사업의 일부 문제점은 2.4대책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며 "주민동의율이 60%를 넘더라도 이들이 보유한 토지면적이 전체 사업지의 20%에 불과한 곳이 적지 않다. 사업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도심복합사업이 적용하는 강제수용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신규택지와 달리 기존 노후도심은 사업지 내에 토지 및 건물 소유주가 많아 이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동의율을 충족하더라도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충분한 보상(현금청산)을 준다면 사업성이 저하되고, 용역 등을 동원해 물리력으로 집행한다면 제2의 용산참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3월 대선으로 선출되는 새로운 대통령이 기존 정부의 2.4대책을 계승할지도 불투명한 현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 연구원은 "2.4대책을 차기 정부가 이어갈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 "지금의 2.4대책이 차기정부가 계승할만큼 모범적이거나 정착된 모델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2.4대책을 이어가더라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정책의 이름이라도 바꿔야 차기정부의 실적이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교수는 "실질적으로 여권이 정권을 연장시킨다면 공공주도형 사업을 일부 계승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더라도 국회의 동의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 야권이 정권교체를 한다면 공공주도보단 민간주도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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