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2.06 13:00

지난주 후반 정제마진 11.1달러까지 올라…4년 만에 최대치 기록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전경. (사진제공=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전경. (사진제공=SK에너지)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국제유가가 7년 만에 90달러를 넘어서며 하반기에는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업계의 실적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27달러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5.93%, 지난해 평균가격(68.11달러)보다 32.53% 급등한 것이다. 아울러 2014년 이후 처음으로 90달러선을 돌파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기준 브렌트유(Brent) 선물 가격의 경우 배럴당 91.1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4.34%, 지난해 평균가격(70.95달러) 대비 28.41% 상승한 수치다. 또한 2014년 이후를 기준으로 지난 31일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국제유가 동향. (자료제공=한국석유공사)
국제유가 동향. (자료제공=한국석유공사)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은 견고한 석유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OPEC+의 감산완화 계획 유지 등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CEO도 1월 24일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전 수준에 근접했고, 앞으로도 견고한 수요를 보게 될 것이며 유가 강세로 인한 소비 감소 신호는 아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미국 등 주요 소비국들의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OPEC+은 지난 2일 열린 회의에서 3월에도 기존 증산(월 40만 b/d)를 유지하기로 결의했다. OPEC+은 지난해 8월부터 월 40만 b/d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라크 등 일부 OPEC+ 원유생산국들은 생산쿼터에 미달하는 등 증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재고가 감소세를 지속해 코로나19 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며 "OPEC+가 감산 완화를 지속할 경우 잉여생산능력이 현재 500만b/d에서 올해 하반기 260만b/d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 중서부 지역에 폭설을 동반한 눈폭풍이 강타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웠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 관계도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강대국 간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안전보장 요구안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중단'을 법적 문서로 보장받기를 원하는 데 반해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며 군비 통제, 군사훈련 제한 등을 대안으로 내놓으면서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측 간 긴장상태는 NATO가 동유럽에 병력을 증강하고, 미국이 유사시 유럽 병력 배치 명령을 내리는 등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미국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유가는 특히 물가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물가가 오르면 동시에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7%로, 40년 만의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월 1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유가 전망을 지난 9월 전망 대비 20달러 상승한 배럴당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 스탠리, JP모건 등도 올해 하반기 국제 유가가 베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본사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에쓰오일 본사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한편 업계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업계의 실적이 상승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제마진이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통상 정제마진이 배럴당 5달러를 넘어야 정유사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정제마진은 10.2달러로, 주 후반에는 11.1달러까지 올라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등이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경우 이론적으로 정제마진이 1달러 개선되면 연간 영업이익이 2700억원 개선된다"며 "현재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되고 있고, 추가 개선 가능성이 높은 바, 재고관련이익 제거 및 윤활기유 감익을 충분히 정제마진이 커버하며 올해 영업이익 2조45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인 저위 재고를 바탕으로 정제마진 상승이 예상되고, 국제유가 강세를 통해 재고관련이익도 전분기와 유사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5648억원으로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확대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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