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2.14 14:50

"검찰·경찰, 공수처와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검찰청 예산, 법무부와 별도 편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선대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선대위)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4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과 상식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신뢰하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법치국가를 실현하겠다"며 11가지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제시한 '사법 개혁 로드맵'에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법무부와 검찰청의 예산 편성 분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독점적 지위 해소 등의 강도 높은 제도 개편안도 포함됐다.

윤 후보는 먼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에게 지휘·감독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기로 했다"며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와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라고 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공약으로, 과거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맞섰던 전력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두는 나라는 독일, 일본, 우리나라 세 군데"라며 "일본은 1950년대에 한 번 썼고, 독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이라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여러분도 많이 보셨겠지만 악용되는 수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에 대한 대수술도 예고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의) 독소 조항을 폐지하고, 검찰·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능하고 정치 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가 검경의 내사·수사 첩보를 이관 받아서 깔아 뭉개면 국가의 권력 비리에 대한 사정 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폐지를 공약한 공수처법상 조항과 관련, "2019년 조국 사건 이후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기 전 추가된 조항"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공수처 폐지라는 '극약 처방'까지 언급했다.

그는 "공수처가 계속 이렇게 정치화된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야당 의원 거의 전원에 대한 통신사찰을 감행한다든지 하면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인 회의를 바탕으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맹점'을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범죄 혐의가 있는 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반드시 신속하게 수사하도록 책임 수사제를 구축하고,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 국민이 경찰 또는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고 했다.

경찰이 사건 송치 전에는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윤 후보는 특히 "2021년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업무 분장이 새로 이뤄졌다"며 "(이후에)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더 수사해야 한다고 보는데 경찰은 더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검경이 협의체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 다음 그 사건을 검찰로 이관해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제한된 범죄라 해도 더 들여다보고 소추할 수 있으면 소추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 권한 분산에 역점을 둔 문재인 정부의 사법 개혁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을 예고한 것으로 읽혀진다. 윤 후보가 구상하고 있는 공정과 법치주의의 모습은 그동안 문 정부가 해왔던 것과는 달리 검경이 수평적 관계속에서 협의를 통해 수사하는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수처가 해온 통신사찰 등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것을 없애서 정권이 검찰을 좌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는 이혼 사건 등을 주로 처리해온 현재 가정법원을 소년·아동·가정폭력 사건을 통합 처리하는 '통합가정법원'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치료적 사법'을 목표로 설정했다.

윤 후보는 또 '보호 수용 조건부 가석방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경찰 인사의 불공정 문제도 개선할 방침이다. 그는 "경무관 이상 최고위직 경찰관의 20%를 순경 출신으로 승진 배치하겠다"며 "순경 출신 일선 경찰관의 승진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필요 시 승진 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대학 졸업자가 고위직의 과반수를 독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개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 경찰관 중 경정 계급에서 경찰대 출신은 28.4%, 순경 등 일반 출신이 55.3%, 간부후보생이 16%를 차지하고 있지만 총경 계급에선 경찰대 출신이 59.1%, 일반 출신은 13.5%, 간부 출신은 24.3%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서 의원은 경찰대 출신이 일반 출신에 비해 총경 승진에서 9배 정도 많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총경 이상 고위 간부 구성에서 경무관의 74.7%, 치안감의 64.5%, 치안정감 71.4%가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법무부 직속 범죄피해보호국에 '권력형 성범죄 조사 및 피해자 구제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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