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2.15 11:43
(사진제공=LG)
(사진제공=LG)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LG가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 패션 위크'에서 초거대 AI '엑사원' 기반 아티스트 '틸다'를 공개했다. 

초거대AI는 인간 뇌 구조와 유사하게 설계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종합적·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하는 AI를 뜻한다.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범용 AI 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AI가 한 인간의 뇌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등 확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LG AI연구원이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은 세계 최대 수준인 말뭉치 6000억개 이상,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000만장 이상을 학습한 초거대 AI다. AI 연산 능력을 추정할 수 있는 파라미터(매개변수)가 국내 최규 규모인 3000억개에 달한다. 

앞서 LG AI연구원은 지난해 5월 디자이너와 협업이 가능한 '창조적 초거대 AI'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첫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틸다는 엑사원으로 구현한 첫 번째 AI 휴먼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인간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해 사고 및 판단한다. 이 때문에 기존에 없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거나, 인간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다. 

틸다란 이름은 '~(물결표)'의 기호 이름인 Tilde에서 따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AI와 인간이 함께 만드는 변화의 물결', '인간과 AI의 연결'을 형상화했다. 

뉴욕 패션 위크에서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와 함께 기후변화 위기에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틸다가 이미지들을 창작하면 이에 영감을 받은 박 디자이너가 디테일을 더해 의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다. 

틸다와 협업한 박 디자이너는 "뉴욕 패션 위크와 같은 큰 무대에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상상력"이라며 "새로운 디자인과 영감을 찾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컬렉션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엔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틸다만이 가진 창조성과 인간만이 가진 감정을 교감해 옷을 만들고자 했다"며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란 확신이 있었고,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LG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초거대 AI가 주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소설, 에세이, 칼럼 등 텍스트 콘텐츠 창작을 해왔던 것을 넘어 비전 모델을 통해 시각 분야로 창작의 범위를 확대하고 실제 활용한 최초 사례"라며 "틸다가 입력된 언어의 맥락까지 이해해 기존에 없는 이미지를 창작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ity)' AI이기 때문에 예살 작품이나 디자인 이미지들을 학습해 유사한 화풍 또는 브랜드 디자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존 AI와 기술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LG)
(사진제공=LG)

틸다와 박윤희 디자이너의 협업 의상들은 뉴욕 패션위크 컬렉션 메인 스테이지인 '스프링 스튜디오'에 올랐다. 스프링 스튜디오는 뉴욕 패션 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선망하는 무대 중 하나다. 

컬렉션의 주제 금성에 핀 꽃은 '샛별'이라고도 불리는 금성이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온실 효과로 인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가장 뜨거운 공간이라는 것에 주목해 정했다. 지구도 계속해서 환경이 파괴된다면 언젠가 금성처럼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이와 동시에 희망을 상징하는 꽃과 결합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의미를 담으려 했다. 

LG 관계자는 "창의적이며, 혁신적이란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며 "뉴욕 패션 위크에 참가한 전 세계 패션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고 전했다.  

틸다는 패션 위크 일정을 마무리한 후 독자적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런칭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패션에 담아낼 계획이다. 올해 안에 독자적 패션 상품과 작품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며, 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메타버스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LG AI연구원은 금융, 유통, 메타버스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엑사원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초거대 AI인 엑사원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iOS 등과 같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우리은행, GS리테일,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이러한 행보에 더해 LG AI연구원은 틸다를 시작으로 향후 제조, 연구, 서비스,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협력하는 전문가 AI 휴먼을 만들 계획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엑사원은 언어와 이미지 간의 양방향 데이터 생성을 최초로 구현한 초거대 AI다. 이번 뉴욕 패션쇼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AI 휴먼 틸다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인간과 협력하는 '상위 1% 전문가 AI'의 또 다른 형태인 틸다를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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