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2.20 07:55

도곡개포한신 4억4800만원·반포3주구 4억 통보 받아…분상제와 형평성 논란
이은형 "초과이익 줄이기위한 '고급화' 추구 단지 늘수록 양극화 심화 가능성" 

잠실주공5단지 배치도(안). (사진제공=서울시)
잠실주공5단지 배치도(안).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7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면서 서울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강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수억원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3월에 예고되면서 재건축 진행이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초과이익 환수까지 더해지면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잠실5단지, 재초환 부담금 부과 대상 지역…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부담금 3억 예상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이 7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올해로 준공 45년째인 이 단지는 최고 50층, 총 6815세대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업계에선 이번 정비계획안 통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층수가 높아지면서 더욱 다양한 설계안을 적용할 수 있게 돼 사업성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계획안은 사업지의 일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최고 층수를 50층까지 높였다. 조망권이 확보되는 고층부는 프리미엄이 붙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소식에도 재건축 조합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3월부터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잠실5단지도 재초환 부담금 부과 대상 지역이다.

재초환이란 소규모재건축사업에서 발생되는 초과이익을 환수함으로써 주택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초환 제도가 시행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투기로 인한 이득 차단이다. 재건축의 경우 1대1 재건축이 아닌 경우 초과이익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투기세력들은 이를 노리고 각종 불법을 자행하는 등 부동산시장 교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재초환제가 도입된 또 다른 근거는 사회비용 충당이다. 재건축으로 인해 세대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인구가 늘고, 공과금이나 쓰레기처리 비용 등 추가적인 사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자체가 초과이익을 가져간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재초환 제도가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 2005년 노무현정부 시절이었다. 2006년 법제화된 이 제도는 2008년 재건축 아파트에 최초 적용됐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에 들어선 2012년 재초환 시행을 일시중단하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관련 제도 운영이 중단됐다.

이후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8.2부동산대책에서 재초환의 일몰기한이 종료됐고, 2018년에 1월 재초환법이 부활했다. 

재초환 제도는 2018년 1월 1일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 조합을 적용 대상으로 삼는다. 조합원이 3000만원 넘는 이익을 얻으면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재초환 부담금은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의 승인일로부터 입주시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부담금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역대급 재초환 부담금을 부과 받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가구당 4억200만원의 부담금을 통보받은 바 있다. 물론 이 단지의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뛰어오른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84㎡형은 지난 2017년 약 27~33억원선에 거래됐다. 지난해에는 이 단지의 같은 평형이 44억~53억, 최고 6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르면 다음달께 첫 고지서가 나올 서초구 반포동 옛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아파트의 경우 2018년 통보받은 부담금 예정액은 1억3569만원이지만 실제 금액은 3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기준으로 삼은 공시가격(전용 82㎡)은 14억2000만원이었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의 입주 시점 공시가격은 20억원 선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영등포 소재 한 아파트. (사진=전현건 기자)
영등포 소재 한 아파트. (사진=전현건 기자)

서진형 "임대주택 건설·공공시설 기부채납으로 개발이익 환수 필요"

전국 71개 재건축 조합으로 구성된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건축 부담금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집을 팔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상의 이익에 대해 최대 50%의 환수율을 부과하는 해당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쌍용1차의 부담금 예정액은 3억원, 도곡개포한신은 4억4800만원, 서초구 반포3주구는 4억원, 방배삼익 2억7500만원 등이 각각 통보된 상태다. 준공 후 실제 납부해야 할 재초환 부담금은 이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5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압구정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대부분이 재초환 규제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실제 사업 추진 요건을 갖추더라도 향후 제도 변경을 기대하면서 참여를 늦추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안전진단 등의 장애요소는 사소한 것으로 만들 만큼 강력한 규제"라며 "재초환이 적용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크게 증가해 실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조합들만 사업을 진행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초환을 적용받는 초과이익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재건축 추진 시 공사비를 높여 고급화를 취하는 단지들도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재건축 이후 지역별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정비사업을 억제해 아파트값을 낮추겠다는 재초환의 본래 취지도 무색해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조합원에게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현행 제도가 개편이 돼야 재건축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규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다"면서 "재초환으로 부담을 지어줄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 건설이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의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재건축 조합원들은 재초환을 부담하면서까지 자기 땅으로 남의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일반분양을 받는 사람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시세의 반값에 분양받아 입주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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