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2.21 11:58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 후보 지지 못해…'윤 지지는 악', 천박한 진영논리"
이민구 "순천 유세 홀대 보고 결심 내렸을 것…윤 캠프, 천군만마 얻은 셈"

정운현(왼쪽)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운현 페이스북 캡처)
정운현(왼쪽)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운현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당내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공보단장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이 전 대표의 경쟁자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강도높은 공개 비판을 주도했다.

정운현 전 실장은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후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중앙일보 기자와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이후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를 거쳐 팩트TV보도국장을 지내다가 2018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이낙연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했다. 

정 전 실장이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이 같은 선언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실장은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고 윤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당혹스러웠지만, 결국은 수락했다"며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차악(次惡)을 선택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 진영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혹여라도 그분들이 '이재명 지지는 선(善), 윤석열 지지는 악(惡)'이라고 강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천박한 진영논리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며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혹자가 말했듯이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실 분이 적지 않을 것이고 더러는 비난도 할 것이다. 그럴 수 있고, 이해한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재명을 지지할 권리가 있듯이 제게는 윤석열을 지지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결정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의 뜻과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힘을 겨낭해 "노무현 정신을 말하기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조롱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부터 먼저 사과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밝히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친문 성향의 '깨어있는시민연대당'(약칭, 깨시연)의 이민구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전 실장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음이 짠하지만 그럼에도 올바른 결단을 내렸다. 윤석열 후보에게 진보적 가치를 전한다고 하는 명분도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마도 최근에 이낙연 전 대표의 전남 순천 유세 때의 홀대를 보고서 이런 결심을 하지 않았는가라고 추측한다. 윤석열 캠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라며 "여러가지 사소한 문제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친문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침에 이런 소식을 듣고 무척 당혹스러웠고 지금도 그 심정은 여전하다"며 "이분은 성품 자체가 '대쪽' 같은 분이다. 그리고 일관된 성정을 지닌 분이다. 이분의 고충이 십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 지지의 변을 읽어보니 사실 같은 마음인 국민들이 너무나 많을거라고 생각하고 나 조차 그렇다"며 "그럼에도 진영에 갇혀 어쩔 수없이 민주당 아니냐라는 바로 그런 벽을 깨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 이분의 글에서 어디 한 점 틀린 말이 있느냐, 틀렸다면 반박해보라"며 "덧붙여 민주당 지도부 특히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는 내로남불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느냐"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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