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3.02 15:28

고가주택 위법 의심거래 3787건 적발…서울 강남·서초·성동구 순

(자료제공=국토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5세 어린이가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부산 소재 아파트를 약 14억원에 매수했고, 17세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14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서울 아파트를 57억원에 매수하는 등 아파트 관련 위법 의심 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서 신고 된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7만6107건 중 이상거래로 분류된 7780건을 조사한 결과 3787건의 위법의심거래를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거래 유형과 통보 기관별로 살펴보면 편법증여와 법인자금유용 등으로 국세청에 통보한 게 2670건으로 가장 많았다. 계약일 거짓신고, 업·다운계약 등으로 관할 지자체에 통보한 것도 1339건을 차지했다. 또한 대출용도 외 유용 등으로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건이 58건이었고, 법인 명의신탁 위반, 불법전매 등으로 경찰청에 통보한 사례도 6건이었다.

편법증여 의심거래의 경우 미성년자가 2건, 20대 170건, 30대 1269건, 40대 745건, 50대 이상 493건으로 집계됐다.

미성년자의 경우 5세 어린이가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부산 소재 아파트를 약 14억원에 매수했고, 17세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14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서울 소재 아파트를 57억원에 매수한 것으로 의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서초 등 초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위법의심거래가 많이 적발됐다.

위법의심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 강남구로 361건이었고, 서초구(313건), 서울 성동구(222건), 경기 분당구(209건), 서울 송파구(205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해당지역들은 단순 위법의심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 1위는 서울 강남구(5.0%)였으며, 서울 성동구(4.5%), 서울 서초구(4.2%), 경기 과천시(3.7%), 서울 용산구(3.2%) 등의 순으로 높았다.

조사 결과 요약. (그래프제공=국토부)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모찬스'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20대 A씨는 아버지의 지인이 보유한 11억원짜리 서울 소재 아파트 매수하면서 돈을 한푼도 지불하지 않았다. 아버지 지인의 빚을 넘겨 받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이전 받았지만 A씨는 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채무인수 등 모든 조건은 아버지가 지인과 합의한 것으로 국토부는 이를 명의신탁으로 의심해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혐의가 확정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

또한 29억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7억원을 조달한 30대 B씨도 적발됐다. 이 경우는 법인자금 유용과 편법증여 의심거래로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된다. 특히 탈세 혐의가 있는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을 추징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서울 강남 41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 자금 16억원을 이용한 C씨도 적발됐다. 법인 자금 유용 등의 혐의를 받게 돼 국세청 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자금조성 경위, 회계처리 적정여부 등을 확인해 탈루세액을 추징할 수 있다.

부산 아파트를 29억원에 매수하면서 기업자금대출(운전자금 용도)로 받은 30억원 중 일부를 사용한 사례도 나왔다. 기업의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아놓고 주택 매수에 쓴 만큼 용도외 유용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통보돼 조사를 받는다. 유용이 확정되면 대출금 회수 조치가 내려진다.

상시조사를 통해 적발한 위법의심거래는 경찰청·국세청·금융위원회·관할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한 후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향후에도 거래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이상거래를 엄밀히 조사해나갈 계획이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 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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