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3.24 11:51

적자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대출 부실위험 리스크 상존…선제 대응 필요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가 올해 2월 7.4포인트까지 오르면서 주의단계 임계치(8)에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서 최근의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한 결과, 금융불안지수는 지난해 하반기에 상승 반전한 후 올해 2월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4분기 기준 54.2로 높은 수준이다. 대출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FVI가 소폭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민간부채 누증 등으로 높은 편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가계신용은 대출규제 강화, 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명목GDP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연체율과 취약차주 비중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기업신용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영업 강화,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경기 회복에 따른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시장의 경우 신용스프레드가 신용증권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확대됐으며 주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우려 등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 증대로 큰 폭으로 조정됐다. 주택시장은 매매가격 및 전월세가격 모두 상승세가 둔화됐으나 소득에 비해 높은 주택 가격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순유입된 반면 주식자금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그간 코로나 상황 지속에도 경기 회복세, 양호한 금융기관 건전성 등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지속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가운데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민간부채 누증, 코로나19 금융지원 지속 등으로 대출 부실위험이 이연되면서 리스크가 누적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국내 금융안정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내외 금융·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됐다"며 "충격 발생시 취약차주·자영업자의 신용·유동성 위험 증대, 금융기관의 신용손실, 자산가격의 조정위험 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취약차주 대출은 신용위험이 큰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취약차주 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비중은 60.6%로 비취약차주(39.8%)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여전사 등의 취약차주 연체율이 상승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권 대출의 부실화 우려도 증대되고 있다. 2021년 말 현재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가구 중 적자가구는 약 78만 가구(전체 자영업가구의 16.7%)로 추정된다. 이들 적자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원(전체 자영업가구 금융부채의 36.2%)에 달한다.

코로나 이후 적자가구는 주로 도소매, 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 업종에서 증가한 반면 금융부채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확대된 가운데 부동산 업종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부동산업 적자가구의 금융부채 증가는 차입을 통한 부동산 투자 확대, 공실률 증가 등에 따른 수지 악화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적자가구 78만 가구 가운데 적자감내기간이 1년 미만인 유동성 위험가구는 27만 가구로 추정된다. 

한은은 "코로나 금융지원정책이 매출 부진 자영업자의 유동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업권별 업황 및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면서 단계적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자영업자 대출의 신용 위험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통해 부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향후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하는 경우 저신용자의 대부업 이용이 증가하고 일부 저신용 차주는 시장에서 배제되는 등 저신용 차주의 대출이용 접근성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누증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되 취약부문의 신용위험 증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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