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3.24 18:12

문 정부 추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위기 봉착…"대통령 당선인 측과도 긴밀히 협력하라"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이같이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발사가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 것은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조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날 북한의 ICBM 발사로 지난 2018년 4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선언했던 '핵실험·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은 사실상 파기됐다. 김정은 총 비서는 올 1월 주재한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북한의 이번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레드라인'을 넘어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100일 회견에서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임기 말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인해 5년간 심혈을 기울여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무위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강력한 규탄 메시지에 담긴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다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이번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정권 이양기에 발생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관련 대응이 면밀히 이뤄지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교체기에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모든 대응 조치를 철저히 강구하라"며 "대통령 당선인 측과도 긴밀히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 주재로 오후 3시 50분부터 40분간 진행됐다.

회의에는 서 실장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원인철 합참의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및 김형진 2차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지난 20일 오전 평안남도 숙천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다연장 로켓포의 북한식 표현) 4발을 발사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올해 들어 12번째 무력시위다.

당시 방사포는 240㎜ 방사포로 추정되며 탄도미사일은 아니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정상 각도보다 높여 쏘는 고각 발사인 것으로 추정돼 ICBM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의 ICBM 발사는 2017년 '화성-14형' 2차례와 '화성-15형' 1차례에 이어 5년 만이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29일 시험 발사한 ICBM '화성-15형'의 경우 53분 간 950㎞를 날면서 정점고도 4475㎞를 기록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은 '화성-15형'보다 비행시간·사거리 등이 늘어난 신형 ICBM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ICBM 위협에 맞서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B-1B '랜서', B-2 '스피릿' 등 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 항공모함 등 미군 전략자산이 조만간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 발사를 재개함에 따라 미 정부 또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부터 한반도 상공엔 미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과 RC-135V '리벳조인트' 등이 전개돼 대북 경계·감시활동을 펼쳤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