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4.01 18:20

2차 추경 편성 논의도 이자율 상승폭 높일 변수…이창용 총재 후보자 "금리로 가계부채 연착륙"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 후보자.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 후보자.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3월 31일 8년 동안의 총재 임기를 마치고 48년 간의 한은 생활을 끝냈다. 신임 총재 앞에는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해결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놓였다.

후임자로 유력한 이창용 총재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창용 후보자는 지난 1일 국회청문회 준비 TF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가계대출이 많은 상태에서 이자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고 은퇴 뒤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대출을 받기 시작하면 가계대출의 질도 나빠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금융위원회와 관련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전 총재도 이임사에서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됐다'며 해결을 주문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가계신용은 1862조1000억원에 달한다. 1년 사이 134조원이 불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가계빚이 늘어난 데는 그간 지속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해 부동산, 주식으로 자금이 쏠렸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회복과정에서 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2월 가계대출 금리는 3.93%를 기록하면서 4%에 육박했다. 지난해 8월부터 한은 기준금리가 5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번이나 인상된 가운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움직임으로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금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8%로 0.03%포인트 올랐다. 2013년 3월(3.97%) 이후 8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

2차 추경 편성 논의도 금리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채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으나 그 규모가 50조원에 달할 경우 지출 구조조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적자국채 대폭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대외 여건도 금리 인상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연준 기준금리는 0.25~0.50%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5월에 이어 6월과 7월, 9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승폭도 베이비스텝(0.25%포인트)가 아닌 빅스텝(0.50%포인트)이 거론된다. 

기준금리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

한은 기준금리는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에는 추가 인상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이창용 총재 후보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나누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경우에 따라 매파나 비둘기파가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가) 소프트랜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매파'적인 발언도 내놨다. 참고로 이 후보자는 오는 14일까지 총재에 취임하지 못 하면 이번 금통위는 참여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금통위는 주상영 위원이 의장 대행으로 이끌게 된다.   

이 후보자의 성향이 어찌 됐건 금통위가 최근 지속적으로 내비쳤던 금리 인상 기조를 단 번에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 상황을 평가하는 센트럴뱅킹은 지난달 31일 '올해의 중앙은행'으로 한국은행을 선정했다. 센트럴뱅킹은 "한은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선진국 중 최초(2021년 8월)로 적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총재도 "금리 인상은 인기 없는 결정이고 당시에도 일부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정상화하지 못 했다면 지금 따라가기 힘들어 당황했을 것 같다.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상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남겼다.

시장 예상대로 한은 기준금리가 연말 2.00% 수준까지 상승하면 이자부담은 당연히 늘게 된다. 특히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은이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 3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은 금융지원·완화조치 연장 등에 힘입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영끌, 빚투 참여율이 높았던 20~30대 청년층 취약차주의 신용리스크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더 증대됐다. 연령별 취약차주 비중을 보면 청년층은 2021년 말 6.6%로 여타 연령층(5.8%)보다 높다.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5.0% 수준에서 연말 5.8%로 빠르게 상승했다.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대출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취약차주 대출은 신용위험이 큰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국 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의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한은은 "앞으로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그간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청년층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며 "정책당국은 취약차주의 신용위험 증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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