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4.01 18:01

"박, '잘하고 오세요' 격려…짧은 동영상 통해 시민들께 인사 드릴 수 있지 않나"

유영하 변호사가 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시 독자)
유영하 변호사가 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시 독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가 6·1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대구광역시장에 출마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유 변호사는 이날 "유불리를 따져서 지역구를 선택하지 않았다. 왜 대구를 선택했냐고 물으시면 경선 기간 동안 확실하고 분명하게 보여드리겠다"며 "대구가 다시 보수의 중심이자, 1등 도시로 자부심을 되찾게 해 달라는 지지와 격려가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또 "지난 5년 동안, 제가 여러분에게 보여드렸던 그 한결같음으로 늘 그리웠던 고향 대구를 위해 곧게 걸어갔다"고 피력했다. 

유 변호사는 '출마의 변'을 통해 대구가 자신의 고향임을 드러낸 것이다. 

유 변호사는 대구의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고 젊은 인재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고 있다"며 "1인 당 지역총생산과 재정자립도가 부산 다음으로 최하위인 것은 모두 정치인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 데이터산업의 거점 도시', '제 2 대구의료원 건립', '(가칭) 대구문화예술복합센터 건립 추진' 등을 대구를 위한 공약으로 내놨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선거 후원회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으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 변호사는 "내가 대구시장에 출마하겠다는 결정을 먼저 (박 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며 "(박 전 대통령과) 기자회견 전까지 출마 관련 논의를 했고, 후원회장을 맡아주기로 하셨다. 곧 시민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부탁할 메시지를 알릴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에는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에게 "(출마 기자회견) 잘하고 오세요"라고 격려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가 이처럼 최근 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사실상 자신이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적통'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당히 살아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언급으로 읽혀진다.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방선거 참여에 대해 유 변호사는 "건강 문제로 본인이 하시겠다고 하더라도 제가 만류할 것"이라며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 시민들께 인사 드릴 수는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 역시 유 변호사가 선거 자체 보다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더 염려하는 모습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안위를 생각하는 대구 지역의 정서에 보다 더 부응하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유 변호사는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제가 지난 5년 간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아무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게 유영하가 차단하고 있다', '대통령 팔아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개인적인 모멸감으로 참 힘들었다"며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거기에 대해 변명을 하거나 달리 말씀을 드리지 않았던 건 그런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 저는 저절로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제가 그렇게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당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5년 여러분에게는 다른 이들의 조롱과 멸시를 견뎌냈던 시간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참담하고 참혹한 날들이었다"며 "비록 대구 시민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로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여러분에게는 일등 도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되찾아야 할 소명이 남아 있고 저에게는 진실이 되살아나는 날들을 위해 걸어갈 머나먼 여정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믿고 맡겨 주시고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점을 내세우는 있고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그 어떤 정치인에게도 해주지 않았던 후원회장까지 맡으면서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 선거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확률이 커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으로 양분됐던 대구 시장 선거가 크게 출렁이게 될 전망이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과거에 자유한국당에 당적을 두고 있던 유영하 변호사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출범일인 지난 2020년 2월 17일에 탈당했다. 따라서,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구광역시에서 적잖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출마하는 만큼 유 변호사가 정치적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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