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4.05 14:18

증권가 "총재 공백 속 4월 인상 어려울 듯…연준 정책 확인 후 5월 인상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진·자료제공=에쓰오일,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진·자료제공=에쓰오일, 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선 가운데, 당분간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개인서비스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전년 동월보다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부터 올해 2월(3.7%)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뒤 결국 4%를 돌파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10여년 만의 첫 4%대다.

한국은행은 4%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2월 전망에 비해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전망치인 3.1%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한은은 올해 2월 24일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을 3.1%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1.1%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당시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보다 높아져 상당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으로는 3%대 초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물가 상승압력이 예상보다 더 커지면서 한은이 물가 눈높이를 추가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열린 총 5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번 인상을 결정했다. 선제적 인상을 단행해 연 0.5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25%까지 올랐다. 1.25%는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20년 초 수준이다.

시장은 4월 또는 5월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은 총재는 공석이다. 이창용 신임 총재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주 14일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전까지 취임하지 못하면 이번 금통위는 주상영 금통위원 주재로 열리게 된다.

금통위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책결정기구로서 한은 총재 및 부총재를 포함해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총재는 금통위 회의에서 나머지 6명 위원의 의견이 갈릴 때 캐스팅보트 역할 등을 수행한다.

한은은 금통위가 합의체 의결 기관인 만큼 '통화정책은 차질 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주열 전 총재도 퇴임하면서 "금리 인상은 인기 없는 결정이나 작년 8월 인상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남겼다.

다만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보이는 주상영 위원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이고 한은 총재가 공석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상 결정은 부담일 것이라는 의견이 현재는 지배적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5월에 금리인상이 재개되고 연말까지 2.00%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라며 "2월 금통위의 만장일치 동결 결정,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주열 전 총재 퇴임 등을 고려하면 4월까지는 동결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현시점에서 가장 주요한 변수는 실제 및 기대 인플레이션의 추이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일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가속화에 발맞추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위한 측면에서 2분기에 한은은 한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미크론 및 새로운 변이의 확산세,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 및 영향을 조금 더 관찰해볼 필요가 있고 5월 FOMC에서 결정될 연준의 빅스텝(0.50%포인트) 금리인상과 자산긴축 개시를 확인하지 못한 채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5월 인상을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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