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4.13 10:32

민주당, 검찰의 '보완 수사 요청 권한' 삭제 방안 검토
천정배 "검수완박, 국민 토론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유상범 인수위원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유상범 인수위원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핵심은 이미 '6대 범죄'에 한해서로 축소돼 있는 검찰의 수사 범위를 경찰의 직무상 범하는 범죄 등의 극히 일부로 더 축소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검찰이 그동안 정치적 목적 등으로 수사권을 남용해 왔고,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하면 아예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입법 추진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진짜 목적'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검수완박'의 진짜 목적은?…이재명 고문 수사 원천 차단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정권 출범 후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작년 1월부터 시행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개정되는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제한했다.

구체적으로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원 이상의 뇌물 사건 ▲5억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 ▲5000만원 이상의 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 범죄 등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도 핵심 사안이다.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모든 사건 수사에서 검사 지휘를 받아온 경찰에 더 많은 수사자율권을 부여한다. 검경 관계는 기존의 '수직적 지휘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전환한다.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출범하면서 검찰의 수사 범위는 더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핵심은 검사의 일반적 수사권 근거 조항인 형소법 196조(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를 삭제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로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단서 조항들도 모두 삭제된다. 다만 형사소송법 197조 3항을 신설해 검사의 예외적 수사권을 규정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경찰이나 공수처 공무원의 직무에 관련된 범죄를 비롯한 일부 사안으로만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결국 검찰은 신설 규정에 명시된 일부 범죄를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거나 종결할 수 없게 된다. 경찰 송치 사건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보완 수사나 시정 요청을 할 수 있을 뿐, 직접 보완 수사를 벌일 수 없다.

◆검찰 보완수사 요청 권한도 없애는 방안 검토

민주당은 추가로 검찰의 보완 수사 요청 권한까지 모두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토대로 기소·불기소 판단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찰의 역할은 사실상 완전히 사라지고 기소 및 공소 유지 기능만 남게 된다. 문자 그대로 '공소청' 또는 '공소 유지청'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검찰은 검수완박 반대 명분으로 범죄 대응능력 저하를 내세우고 있다. 지능화·조직화 돼 가는 중대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인 검찰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은 4월 국회에서는 우선 수사권 조정 관련 2개 개정안만을 통과시키고, 세부 내용 및 향후 보완 대책은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보완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수사권 조정의 세부 내용 추진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공개하기도 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경찰 활동에 대한 감찰 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의 인사제도를 과감히 혁신하고, 자치경찰제 기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확대 강화해 반부패수사를 확실히 하는 조치를 먼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6대 범죄' 수사 전담 별도 수사기구 설치 검토

한편 민주당은 검찰 논리에 대한 대안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같은 별도의 수사기구를 설치하고 현재 검찰의 수사 범위인 '6대 범죄' 수사를 전담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경찰조직 수사기구의 조직적 개편도 모색 중"이라며 "일종의 '한국형 FBI'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범죄수사를 전담할 조직을 만들고 정보·외사·마약 등 수사 분야별로 수사 기구를 분리·독립하는 방향까지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검수완박은 범국민적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입법권은 국회에 있지만 국민들의 의견, 각계각층의 전문가들, 검사들, 경찰, 사법부 등 의견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뭘 하다가 지금 문재인 대통령 임기 1개월 남기고 졸속으로 뭘 하겠다고 하는 것이냐"면서 "윤석열 정부는 무조건 검찰에 우호적인 정권이 될 걸로 보이는데 앞으로 들어올 새 정부는 검찰개혁이나 수사구조 개혁에는 기대할 바가 없다. 국민만 가련하게 됐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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