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4.13 14:07

윤호중 "대승적 결단 불가피" vs 송영길 "내 갈 길 갈 것"

윤호중(오른쪽)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윤호중(오른쪽)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기로 13일 결정했다.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대표와 관련한 여러가지 잡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송 전 대표를 비롯한 기존 예비후보 간 경쟁을 통해서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기기 어렵다는 당내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대전시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광역단체장 중에서는 서울,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강원 강릉시와 춘천시, 대전 서구를 전략선거구로 선정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앞서 전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선정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논의 결과가 이날 결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에 더해서 대승적 결단이 불가피하다"며 "서울시를 전략공천지역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결단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이기는 선거로 만들어나가겠다"며 "오직 경쟁력과 승리 가능성을 기준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후보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 선정과 관련해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기존 예비후보를 포함해 후보군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신현영 대변인은 비대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 선정된 지역에 신청한 후보자들을 포함해 우리 당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후보자를 물색할 것"이라면서 "이미 신청한 후보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함해 전략 후보를 물색하고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서울 전략지역구 선정을 통한 사실상의 '전략공천'으로 굳힌 데는 서울 지역 의원들의 최근 집단행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서울지역 의원을 포함한 지역위원장 49명은 지난 11일 별도 모임 후 "서울시장 후보군에 파격적인 새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대변인은 "서울이란 선거에서의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서울시 지역위원장들의 의견이 있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이기기 위한 선거,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여러 공감대와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주민 의원 등 기존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을 전략 공천의 인재풀속에 넣어두고 그 인재풀 안에서 전략공천자를 선출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지금의 흐름으로 봤을 때는 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에 견주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되는 인물을 내세울 가능성이 커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나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의 언급으로 봤을 때, 기존에 정치권에서 익히 알려진 인물보다는 외부의 신선한 뉴페이스가 영입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확률이 더 높아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신 대변인은 대전 서구를 전략 선거구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선 "워낙 서구청장이 대전에서 매우 중요하고 경쟁력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대전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전략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전남과 인천은 경선을 치르지 않고 김영록 전남지사와 박남춘 인천시장으로 각각 단수공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또 지방선거 출마의 전제 조건인 당직 사퇴 시한인 지난 3월 12일을 넘긴 시점에서 당직에서 사퇴한 송영길(인천 계양을) 전 대표와 맹정섭(충북 청주시) 전 지역위원장에 대해서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민주당은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 추가 구성안도 의결했다.

위원회는 백혜련 위원장과 박상혁, 서동용, 전용기, 강용주, 김민재, 서연희, 김진아, 황서윤 위원 8명으로 구성된다.

한편, 민주당의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윤호중 위원장과 얘기를 나눠보겠다"면서도 "내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고리로 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5선의 국회의원과 인천시장, 대선을 진두 지휘했던 당대표까지 역임했고, 무엇 하나 부족한게 없는 후보"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좋아요'를 눌러 사실상 동의를 표시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로 양분돼 있는 상태에서 이 고문이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음에도 민주당이 13일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전략공천하기로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칫 송 전 대표가 전략공천이 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내홍에 빠져들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