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4.16 07:00

5월 31일 계도기간 일몰…국토부, 관리비 실태 통계 없어 '편법 사각지대'

영등포 소재 한 아파트. (사진=전현건 기자)
영등포 소재의 한 아파트.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오는 5월 전월세 신고제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전·월세는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꼼수가 부동산 시장에서 공식처럼 횡횡하고 있다. 심지어 월세보다 관리비가 4배 많은 원룸까지 등장하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지만, 실태 파악은커녕 구제책도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중개업소 원룸 매물란에는 월세보다 관리비가 훨씬 비싼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신고 기준(수도권, 광역시, 시·도 내 전세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 초과 매물) 이하로 전세나 월세를 낮추는 대신,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관리비를 올려 받는 꼼수 매물이다.

일례로 온라인 중개사이트에 올라온 대전 둔산의 33.05㎡ 원룸은 보증금 150만원, 월세 27만원이지만, 월 관리비는 무려 105만원이다. 관리비가 월세에 비해 4배가량 많은 셈이다. 세입자는 매월 월세와 관리비를 합한 총 13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또 다른 원룸의 경우 월세는 27만원(보증금 500만원)이지만 관리비는 36만원인 등, 관리비가 월세보다 높은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관리비가 월세보다 비싼 반전세 매물도 있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한 반전세 매물은 보증금 6000만원, 월세 5만원이지만, 관리비는 월세보다 두 배 많은 10만원이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또 다른 매물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5만원, 관리비 10만원이다.

이런 꼼수 매물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임대 수익이 커질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료 증액을 전 계약의 5% 내로 제한한 것도 관리비로 이득을 보는 꼼수 매물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전월세신고제란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임대 기간, 임대료 등의 계약내용을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뿐 아니라 고시원 등 '준주택'이나 상가 내 주택 등 '비(非)주택'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전부 신고 대상이다.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도 마찬가지다. 법률상 임대인과 임차인 공동 신고가 원칙이지만, 한쪽만 신고해도 효력을 갖는다. 임차인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는 물론 온라인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1일 시행된 이 제도는 오는 5월 31일 계도기간이 끝난다. 이에 따라 6월부터는 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거나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전·월세 거래는 30일 내 의무적으로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위반 시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이런 편법이 사회 초년생이나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소형 빌라나 원룸 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관리비 명세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돼 편법이 파고들 틈이 좁다. 결국 집을 옮길 여건이 안 되는 세입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같은 경우 세입자에게 전입 신고를 못하게 하고 월세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는 관리비를 실비 사용료의 성격이라는 이유로 관련 통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관리비 꼼수 인상에 대해 국토부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구제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이 확인한 결과, 분쟁조정위가 본격 운영된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분쟁 건수 491건 중 관리비 인상으로 인한 접수 및 조정 건수는 없었다.

게다가 분쟁조정위는 국토부의 주장과 달리 "월세를 감액하고 관리비를 증액하는 것이 당사자 간 진정한 의사표시에 의한 것이라면 조정 대상이 되지 않아 각하될 수 있다"며 "집주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조정 절차는 종료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규모 집합 건물의 경우 관리비 감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일반적인 아파트는 관리비 명세를 작성하고 보관·공개해야 하고,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150가구 미만 아파트나 50가구 미만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적용하지 않는다. 임차인 3분의 2 이상이 서면 동의할 경우 임대인이 관리비 명세를 공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의서를 받아 관리비 공개를 청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

박 의원은 "오는 6월부터는 전월세 신고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만큼, 세입자를 울리는 꼼수 매물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임대차 3법이 충분한 숙려 없이 통과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구제책도 사실상 전무해 세입자들의 피해를 도리어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부동산원에서 전국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비 통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관련 기관을 통해 실태 파악에 나설 수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임대차 3법 보완 및 개선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대인이 관리비로 높여 받는 건 주로 월세의 경우로, 아파트는 거의 없다"며 "과도한 규제가 시장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전월세 신고제를 더 복잡하게 건드리는 것보다는 주택 공급을 많이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전입 신고로 세입자의 대항권 요건을 갖추는 임대계약에서는 전월세 신고제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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