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4.16 14:00

교보증권 "연말 기준금리 2.00% 예상 유지…최종 금리 수준 조정할 상황 아냐"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온라인으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2.0%를 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누적된 가계대출로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

고물가 대응을 위해 금융통화위원회는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했다. 지난 14일 열린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연 1.25%의 기준금리를 1.5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인상기를 맞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년 5월 역대 최저인 0.50%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열린 총 6번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1.00%포인트 인상됐다. 이에 기준금리는 201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50%까지 올랐다.

당초 한은 총재 공석 등을 이유로 '4월 동결 후 5월 인상'이 예상됐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 등에 따른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4월 인상 기대감이 급격히 형성됐다. 4월 금통위를 주재한 주상영 금통위원도 "2월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총재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 예상과 달리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오히려 물가에 대응하는 정책이라는 점과 빠른 대응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점도 이번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나 높아진 물가 상방압력이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도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이에 한은은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재차 상향할 예정이다. 앞서 2월 2.0%에서 3.1%로 대폭 상향했는데 이를 3%대 후반 수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5월 금통위에서의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아직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혜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완전히 5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시장에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5월 초 발표되는 4월 물가상승률이 휴지기를 가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5월 금통위에서 연속된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연말 기준금리 수준도 주목 받는다. 일단 시장은 기존과 같이 2.00%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0%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예상과 다르게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됐지만 최종 금리 수준을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윤여상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4월 인상 자체가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을 고려해 올해 연간으로 전망하고 있는 2.00%까지 매 분기 인상전망은 유지한다"며 "5월 연속 인상 가능성은 추가 인플레 악재가 유입되지 않는 한 낮을 것"이라고 봤다.

예상보다 빨랐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연말 2%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주상영 금통위원은 "과거에는 1.75∼2.0% 정도로 시장에서 기대했는데 거기에서 한층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미 연준의 빠른 긴축이 예고되면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장의 기대가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어떤 좁은 범위에 모여있다기보다는 다양해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물가를 보면 좀 더 높여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의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생각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조만간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8%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변동금리 방식으로 '영끌'을 한 차주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약 70% 수준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순히 가계부채에 대입하면 추가 이자부담이 3조원 더 발생하게 된다. 1인당 연평균 16만원가량 이자를 더 내야하는 셈이다. 이는 평균치인 만큼 영끌, 빚투 참여율이 높았던 20~30대 청년층 취약차주의 신용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의 '금융안정 상황 3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취약차주 비중은 2021년 말 6.6%로 여타 연령층(5.8%)보다 높다.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5.0% 수준에서 연말 5.8%로 빠르게 상승했다.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대출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에 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의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한은은 "앞으로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그간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청년층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며 "정책당국은 취약차주의 신용위험 증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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