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만수 기자
  • 입력 2022.04.21 18:35

[뉴스웍스=최만수 기자]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포항 방문 당시 빚어진 '이강덕 시장 패싱' 논란으로 지역이 시끌시끌하다. 6·1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어서 정략적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이강덕 포항시장이 윤 당선인에게 영일만대교 관련 브리핑을 하지 못한 것을 두고 특정 국회의원의 의도적 배제설이 떠돌았다.

포항의 몇몇 유력인사들도 이강덕 시장 패싱을 문제 삼았다. 박기환 전 포항시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이 포항시민을 만나러 왔고, 또 포항이 처해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형편을 살피러 왔다면 포항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나서 영접하고 포항의 상황을 설명 드려야 했다"고 썼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다.

그러면서 "포항을 대표하고 있는 '시장'이 윤 당선인에게 포항상황을 브리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로 막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진실로 슬프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어 패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 포항의 원로들은 21일 오전 김정재 국회의원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윤 당선인 경북 방문 의전 및 일정 전반은 당선인측 의전·일정팀에서 경북도와 협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이강덕 패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의전·일정팀은 경북 방문에 앞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후보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지방선거 출마자 및 공천신청자들이 선거운동 복장을 하지 말 것과 현직 단체장을 포함해 출마예정자들은 공식행사 참석을 금지시켰다. 다만 현직 단체장은 현장 도착시 영접은 허용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경우 단독후보로 공천이 확정돼 형평성 문제에 걸리지 않아 참석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영일만대교 브리핑 전 이강덕 시장은 이철우 지사, 김정재·김병욱 의원,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과 함께 윤 당선인을 맞이했다. 이후 죽도시장과 송도활어센터 만찬 등 공식행사 역시 이 지사와 두 국회의원 등 당선인이 초청한 극소수 인사들만 참석했다.

포항 방문 전 안동시, 구미시 방문 때도 권영세 시장, 장세용 시장이 공식 영접만 했다. 상주 방문시 임이자 국회의원만 영접했고 상주·문경시장은 주민들과 함께 경호 펜스 부근에 있다가 당선인 공식 연설 후 이동할 때 잠시 인사한 정도다.

이철우 지사는 20일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북 방문 일정은 당선인 비서실에서 미리 정해 통보 후 협의하는 방식이어서 누가 이러고 저러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영일만대교 브리핑도 내가 하기로 했는데 당선인 비서실에서 '도지사도 출마자 아니냐, 기조실장으로 바꾸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황명석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선인 경북 방문 하루 전에 지사께서 영일만대교 브리핑을 하라고 지시해서 준비했다"며 "현장에 마이크 시설이 없어서 육성으로 간략하게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당선인이 하루 숙박한 경주 한옥펜션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이 동석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주 시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당선인께서 경북을 방문했을 때 누구는 만나주고 누구는 만나주지 않았다는 소위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윤 당선인께 본의 아니게 부담을 드린 것은 아닌지 매우 죄송스러운 마음이다"고 적었다. 주 시장은 당선인을 숙소에서 영접하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그는 "김석기 국회의원이 해외 일정으로 안 계셔서 경주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지역에 대해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행팀장(이용 국회의원)과 이철우 지사께 전화로 공식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위 방침을 어기는 것이 아니므로 참석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해 1시간을 기다린 끝에 당선인과 비공식 일정을 함께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송경창 국민의힘 경산시장 예비후보가 영일만대교 브리핑 현장에 모습을 보인 것도 뒷말을 낳았다. 송 예비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북도환동해본부장, 포항시 부시장 등을 지냈기 때문에 이철우 지사가 포항에 오면 좋겠다고 해서 갔던 것"이라며 "공식행사에 동행하지 않았고 행사장 입구에서 당선인께 인사한 게 전부다"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의 경북 방문 일정 및 의전은 당선인 비서실과 경북도와 협의해 결정됐으며 지방선거 후보 간 형평성을 고려해 출마예정자 등이 공식행사 참석이 금지됐고 현직 단체장의 경우 영접만 허용됐다. 따라서 이강덕 시장 패싱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도 지역 방문과 관련한 당의 지침을 설명했다. 배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 후보들에게도 미리 못 오시게끔 연락을 했고, 대구·경북 방문 때 현장에 갑자기 후보들이 왔을 때도 서운해 할 정도로 얼른 나가시게 했다"고 말했다.

'이강덕 시장 패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 공천이 임박하면서 '윤핵관' 개입설까지 더해져 포항시장 공천 결과에 따라 지역 정가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정재 의원)는 18~19일 공천심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내주 당 최고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강덕 포항시장, 장욱현 영주시장, 이희진 영덕군수 등 3선에 도전하는 기초단체장들을 대상으로 3선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지지도가 당 지지율 대비 70%에 못 미치는 후보는 컷오프 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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