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4.21 15:15

조응천 "무리수 감행에 국민 시선 두려워"…박용진 "바둑 격언에 '묘수 3번이면 진다'는 말 있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응천(오른쪽)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응천(오른쪽)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위한 민주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 21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 20일 민주당이 '검수완박' 처리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킨 것이 당 안팎에서 거센 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문턱을 넘기 위해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위장 무소속'으로 만든 전략에 대해 민주당 내부는 물론이고 범진보 진영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을 위한 180석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선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21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사실 국민들의 시선이 두렵다"며 "위성정당에 대해서 대선 기간 중에 이재명 후보가 몇 번 사과하고 반성했지 않나. 그런데 얼마 됐다고 또 이런 탈당까지 무리수를 이렇게 감행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조 비대위원은 또 "국민들은 코로나19뿐만 아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위기, 환율, 금리, 원자재 값 폭등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지 않나. 그런데 그게 해결됐느냐"며 "거기다가 윤석열 당선인 쪽 인수위가 지금 5년 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청사진 내놓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인사가 참 여러 가지 지금 문제가 많은데 과연 (검수완박) 이게 이렇게 치열하고 절박한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의 이소영 비대위원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이 비대위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수사기소 분리라는 법안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편법을 동원하고 국회법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강행하는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정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다. 국민들에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다"며 "나는 이런 법안처리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조응천·이소영 비대위원은 민주당이 지난 2020년 총선 때도 사표(死票) 방지와 다당제 보장 등 명분을 내세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스스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민주당 스스로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던 사태를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로 지난해 4월 7일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이 완패했다. 과거의 '위성정당 사태'로 인해 민주당이 결국 4·7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완패에 이어 올해 3월 9일 대선에서는 정권을 빼앗겨 놓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느냐는 자성론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소속의 민형배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문턱을 넘기 위해 위장 무소속으로 잠시 활용한 후 '검수완박 사태'가 종료되면 다시 민주당 소속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놓는 행위는 '제2의 위성정당 사태'라고 비판받아도 민주당이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의 박용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바둑 격언에 '묘수 3번이면 진다'는 말이 있다. 비상식이 1번이면 묘수지만, 반복되는 비상식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처음에 정의당을 끌어들이려다 실패하고, 양향자 의원을 사보임했지만 실패하니, 이제는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 단계를 통과하려 한다. 묘수가 아니라 꼼수"라고 일갈했다.

'검수완박' 통과 여부의 캐스팅보트를 쥔 '1석 소수야당'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YTN 라디오에 나와 "저는 586 이후 세대로써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지만 우상들이 괴물이 돼가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소수에 대한 (의견) 보장들을 하나씩 무력화하면서 '172석의 뜻을 이루겠다, 내 길을 막지마라'라는 무서운 힘의 발현인데, 그 힘의 일부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두렵다"고 비꼬았다. 

한편, 검수완박 강행 처리 입장문을 작성했던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2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강경파 모 의원은 특히나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며 "다른 분한테서는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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