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4.26 15:59

"2분기에도 호실적 이어갈 것으로 기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 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 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도 시장 전망을 훌쩍 뛰어 넘는 호실적을 시현했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분기 ▲판매 90만2945대 ▲매출액 30조2986억원 ▲영업이익 1조928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판매는 9.7% 감소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6%, 16.4%씩 증가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이다. 이달 10일 기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현대차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매출액 30조2188억원, 영업이익 1조6581억원이었다.

기아는 더 잘 달렸다. 기아는 올해 1분기 ▲판매 68만5739대 ▲매출액 18조3572억원 ▲영업이익 1조6065억원으로, 역대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는 0.6% 줄었지만, 각각 매출액은 10.7%, 영업이익은 49.2% 늘었다. 이달 10일 기준 기아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8조2158억원, 영업이익 1조2388억원으로, 기아 역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실적은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의 결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과 중국 상하이 봉쇄에 따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차질로 비롯된 판매량 감소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각각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비롯해 'G90' 등 제네시스 신차, SUV 중심 판매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이오닉 5 등 전기차 판매량이 주로 한국·유럽·미국 등에서 확대되며 전년 대비 97.1% 증가했다. SUV 비중은 전년 대비 7.7%포인트 상승한 52%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미국 판매 호조와 더불어 신차 출시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8.8% 증가하면서 판매비중 역시 0.8%포인트 늘어난 5.2%를 기록했다.

기아 역시 'EV6'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와 RV 판매 비중 확대에 따른 평균 판매가격 상승 효과를 누렸다. 기아의 올해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11만43대로 전년 대비 75.2% 증가했고,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5.8%를 기록, 6.9%포인트 확대됐다. RV 판매 비중은 1.6%포인트 상승한 61.3%로,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영향에 상대적으로 잘 대처한 것도 이번 호실적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기아의 경우, 러시아 판매 물량 감소를 북미·유럽·인도 등 지역에서 만회함과 동시에 러시아 물량의 조정 및 타 권역 전환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좋은 지역의 생산 증가와 대당 손익에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판매 비중이 5% 수준인 현대차도 지난 3월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러시아 물량 전환 및 판매비 절감으로 적극 대응했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에도 고부가가치 차종의 호조세를 필두로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완성차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낮은 인센티브와 차량 믹스 개선, 환율 등의 긍정적 가격 효과와 하반기 반도체 공급차질 완화에 따른 물량 증가 효과로 양호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걸림돌이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자동차 원가에 반영되기까지 3~12개월이 소요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상승한 원자재 가격은 올해 하반기부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을 판매 단가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하나, 영업이익 개선 속도를 저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지난 25일 진행된 1분기 실적 빌표 당시 "반도체 공급 이슈 상황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중국 일부 지역 봉쇄에 따른 부품 수급 불균형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향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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