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5.01 12:53

"김한규·현근택, 제주 출신 맞지만 중앙 정치인으로 활동"
"지역 후보군까지 포함 경선 통해 최종후보 선출해야"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vs. 현근택 변호사. (사진=페이스북 캡처)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와 현근택 변호사. (사진=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오는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로 오영훈 의원이 확정되면서, 오 의원의 '제주시을' 지역구에선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동시에 치러지게 됐다. 

오 의원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자마자 전략공천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전략공천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현근택 변호사다. 

문제는 제주지역 주민들이 이들 중 한명에 대해 전략공천에 주려는 기류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민들은 지역 주민이 아닌 인물에게 전략공천을 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김한규 전 비서관은 대기고를 나왔고, 현근택 변호사는 제주일고를 졸업했으니 모두 제주 출신은 맞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제주가 고향이지만 제주지역 정치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제주지역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전 비서관은 서울대를 나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서 유학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8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와 이해찬 당대표 캠프에서 활동했고, 서울강남구 병에 전략공천됐다가 낙선했다.

이랬던 그가 이후 2021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발탁됐다가 오 의원이 제주지사 후보로 출마하자 비서관직을 사임하고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현근택 변호사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농업교육과를 졸업하고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계속해서 용인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활동하다가 2018년 용인시장 예비후보로 나왔지만 경선에서 패배했고,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이재명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현 변호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남 지역 후보로 거론됐지만, 본인이 제주에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비서관이나 현 변호사 모두 민주당 중앙당에서는 미래가 촉망되는 능력 있는 출마 후보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 제주가 고향이니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울 만하다. 하지만 제주 도민들의 상당수는 이들을 중앙 정치인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두 사람 모두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고향을 떠나 중앙 정치인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중앙당이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전략공천하면서 두 사람 중 한 명을 내려보낸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에 대해 지역정가에서는 "또다시 육지에서 내려오느냐, 중앙 정치인들에 대한 전략공천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제주시갑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송재호 후보를 전략공천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이 송 후보를 전략공천한 이유는 송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 싱크탱크와 인수위 역할이었던 국정기획자문 위원,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파다했다.  

지역에선 제주를 오랫동안 떠나있던 사람보다는 지역 민심을 잘 아는 사람을 선호하는 정서가 강하다. 지역민들은 설령 낙하산으로 전략공천됐어도 지역 사정에 어둡다면 주변 사람에 휘둘리거나 '지도부 해바라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명환 제주도의원이 이번에 제주을 선거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지난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합리한 낙하산 전략공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에서 수많은 풀뿌리 정치인들이 양성됐다. 민주당 강령 2조 자치분권 균형발전 조항에는 '지방의 중앙예속화와 책임성을 초래하는 중앙집중형 국가모델을 각 지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중심이 되는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지역대표인 국회의원 선출을 하는 정치영역 또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 중앙당은 자치분권 강령을 생색이 아닌 진짜 행동으로 실천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낙하산 전략공천 등 구시대적인 중앙권력의 내려 꽃기, 하향식 전략공천 정치행태는 이제는 청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함께 동고동락하는 지역정치인과 지역민의 자긍심과 자존감이 중앙정치에 반영되는 상향식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며 "그 선두에 저 홍명환이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주도는 민주당세가 강한 곳이지만, 지역주민들이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뽑아준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며 "민주당이 직접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공천 방식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만약 민주당이 김한규 전 비서관이나 현근택 변호사를 전략공천 후보군으로 내심 생각하고 있다면 이들과 지역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지역 후보군까지 포함해 경선을 통해 최종후보를 선출해야 말이 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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