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5.02 16:34
만민토론회는 2일 서울시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제왕적 교육감, 깜깜이 선거, 이대로는 안 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만민토론회는 2일 서울시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제왕적 교육감, 깜깜이 선거, 이대로는 안 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사회적 무관심 속 '깜깜이'로 진행되는 교육감 선거를 개선해야 한다는 현장의 지적이 나왔다. 교육 현장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교육감이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후보자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현행 교육감 선임 제도를 실효성 있게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만민토론회는 2일 서울시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제왕적 교육감, 깜깜이 선거, 이대로는 안 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해당 토론회는 6.1 교육감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참여를 촉구하고, 교육 자치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만민토론 운영위원인 박인제 변호사가 사회를 맡고,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와 정기오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가 주제 발표를 준비했다.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교육부 차관인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 대통령실 교육 담당 행정관 배상훈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토론에 참여했다. 

시·도 교육청 수장인 교육감은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을 총괄해 책임지는 자리다. 대학 입시를 제외한 교육 정책의 상당수를 정하거나 영향을 미친다. 지방 교육의 예산 편성권과 교원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에 '교육 소통령'이란 별명도 붙었다. 차관급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장관 이상 이란 평가를 받는다. 교육계에선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보다 권한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지닌 교육감이지만 세간의 관심은 극히 적다. 지난 2007년부터 직선제로 교육감을 뽑고 있지만, 아직도 선거 현장에서는 후보자 공약은 물론 이름도 모르는 유권자들이 상당히 많다. 지난 2018년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의 이름과 공약을 알지 못한 채 투표했다는 응답은 21.2%에 달했고, 이름과 공약을 알고 투표했다는 비율은 41.3%에 불과했다. 같은 해 일부 언론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 교육감으로 누가 적당한지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41.9%나 됐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는 교육감 선거의 폐해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전문성·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공천 없이 치러진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주목도가 떨어지다 보니 각 후보의 정책 대신 진영 논리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보마다 진보와 보수로 성향이 분류되면서 정치색을 입게 된다. 이는 당선 이후 교육 정책을 수행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영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적 구도로 인해 17개 전국 시·도 중 2~3개 시·도를 제외하면 해당 시·도의 전교조 간부 경력자가 교육감으로 선출된다"며 그 결과 교육청 운영에서 학교장 인사, 교육청 인사, 혁신학교 제도, 누리과정 도입 등에 있어 정치적 편향성이 나타난다. 교육감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정치화되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계가 대립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원목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와 맞물려 교육의 정치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교육 정책이나 제도를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국민 입장이 아닌 공급자인 교사집단 입장에서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을 당연시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행 교육감 선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주민 대표성을 제고해 교육 전문성을 강화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박명호 교수는 "현재와 같은 주민 직선제를 전제로 할 경우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제'가 현실적이다. 정당 또는 무소속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동반 입후보해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주민 직선 취지를 살리며 동시에 교육감 선출 이후 발생했던 여러 정치적·행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교육감 선임 방식에 시·도별 자율 결정제를 우선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방식은 시·도별 특징과 환경에 대한 고려 없는 일률적인 것"이라며 "교육감 선임 방식에 대해 시·도 주민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스스로 정하도록 하여 주민 자치 취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 교수는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동의한다"며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는 학생들에게 특정한 정치 이념을 편향하여 교육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당과 연계를 통한 교육감의 선출을 금지하는 건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고 동조했다.

이어 "교육감의 정치 편향적 예산, 인사, 제도 운영을 제어하기 위한 법률·제도 정비도 필요하다"며 "운영에 대한 규제를 보다 강화하고 정교화하여 교육청 운영에 정치적 편향성이 개입될 여지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목 교수는 "장기적으로 교육감 선고 제도의 자원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 교육의 수요자, 공급자, 감시자들이 균형 있고 대표성 있게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교육감 후보를 상시 물색하여 추천하고 투명한 기준·절차에 따라 임명하는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며 "각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자율적 방식에 따라 교육감을 임명할 수 있게 허용하는 자율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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