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5.04 15:11

'검찰 이첩' 결정난 김웅 "실체 없는 광란의 정치공작 드러나…김진욱, 검찰에 떠넘기기라는 비겁한 선택"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공수처 홈페이지 캡처)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공수처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결과, 끝내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대선 정국을 뒤흔든 수사였지만 의혹의 시발점이었던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일부 혐의만 확인했을 뿐, 윤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나머지 사건 관계인과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2020년 4월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입건된 윤 당선인을 4일 무혐의 처분했다.

이와 함께 공수처는 손 보호관을 불구속 기소하고,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이 아닌 김 의원은 검찰에 이첩했다.

손 보호관(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은 2020년 4월 총선 직전 고발을 통해 최강욱 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로 공모하고, 여권 인사 다수에 대한 두 차례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손 보호관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다.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전자정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사건 당시 총선에 출마하려던 민간인 신분이어서 공수처법상 사건을 검찰로 이첩해 추가 수사·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문제의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보호관에게서 김 의원을 거쳐 조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손준성 보냄' 꼬리표가 손 보호관이라는 취지다.

아울러 김 의원과 조 씨의 통화녹취록 등을 토대로, 손 보호관과 김 의원이 공모해 윤 당선인과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최 의원 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비록 해당 고발장이 실제로 총선 전에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았지만, 내용 중 '당선시키면 당선 무효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있다는 점을 대법원 판례에 비췄을 때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손 보호관은 조사에서 "관련 서류 등을 우연히 제보받아 반송한 것에 불과하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직책의 성격상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수집한 정보 그 자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공수처는 판단했다. 

또한 공수처는 "대검 수정관실 내부 판결문 검색기록과 검찰 메신저 기록 등을 토대로 손 보호관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판결문을 검색·출력하도록 한 사실도 밝혀졌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해 9월 9일 손 보호관과 사건 발생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입건해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도 동시에 수사했지만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며 같은달 30일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후 손 보호관과 당시 수정관실 소속 검사들, 김 의원, 국민의힘 관계자 등을 압수수색했고 10월부터 피의자 및 참고인들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손 보호관이 출석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체포영장 한 차례,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일부 혐의로 손 보호관을 기소했지만,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는 끝내 특정하지 못했다. 의혹을 받았던 수정관실 공무원들이 작성했다는 증거를 끝내 찾지 못했다. 

따라서 판결문 조회·수집 지시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주요 수사 혐의 중 하나였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팀 관계자는 "고발장 작성자가 특정될 수 있지 않겠냐는 수준까지는 수사했다고 생각하지만 기소했을 때 제삼자가 고발장을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증명을 이뤄냈느냐는 건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도 "그가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심으로 고발된 사건이나, 고발장 작성자 특정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공수처는 손 보호관과 김 의원, 윤 당선인과 함께 입건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및 검사 3명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윤 당선인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함께 입건됐는데,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나머지는 공수처법상 수사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로 단순 이첩했다.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린 셈이다.

공수처가 8개월 가량 수사하고도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손 보호관, 김웅 의원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여운국 차장은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고위공직자범죄를 엄단하겠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공명한 선거풍토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은 공소심의위원회와 공수처 검사들의 불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떠넘기기라는 비겁한 선택을 했다"며 "검수완박 일당의 '용역 깡패' 역할을 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즉각 사퇴하고, 불법수사와 정치개입을 한 공수처는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결국 '고발사주'는 실체가 없는 광란의 정치공작임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검찰에 넘기기 위해 성립할 수도 없는 공모관계를 억지로 구성한 것은 법률가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도 버린 추태고, 이런 무책임한 수장을 둔 공수처 검사들이 불쌍할 따름"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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