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5.05 00:05

향후 2~3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5% 넘을 듯…한은, 4월 이어 5월에도 금리 인상 단행할 수도

(이미지 제공=픽사베이)
(이미지 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려했던 것처럼 5월초 발표된 4월 경제지표는 곳곳에서 경고 신호를 나타냈다.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무역수지 적자는 커졌고 물가상승률은 5%에 육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상하이 봉쇄 등 세계경제 악화 여파가 국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으로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3%대 성장률도 멀어지고 있다. 

우선 우리 경제의 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수출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4월 수출은 576억90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2.6% 늘었다. 역대 4월 중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및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전년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증가율도 14개월째 두 자릿대를 기록 중이다.  

다만 수입도 대폭 늘었다. 세계적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출 증가에 따른 중간재 수요 증가 등으로 4월 수입은 603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8.6% 늘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26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올 들어 무역수지는 2월(8억9000만달러)을 제외한 1월(47억3000만달러)과 3월(1억2000만달러), 4월(26억6000만달러) 모두 적자를 보였다. 연간으로는 66억2000만달러 적자를 시현 중이다. 

올해 1~4월 누적 수출액이 2306억달러로 연간 역대 1위 기록을 썼던 지난해(1976억달러)보다 많은 것은 다행이지만 수입이 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망 불안 등의 여파로 세계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이 몰려오는 형국이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실제 중국 봉쇄령의 영향은 4월에 나타났다. 대중국수출이 1년 전보다 3.4% 줄었는데 이는 18개월 만의 감소 전환이다. 봉쇄조치로 중국 내 석유제품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업황 위축으로 건설기계 수출이 감소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수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2분기 수출 증가율은 당초 예상인 9%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화학, 비철금속 수출은 미국과 아세안 등 기타 지역의 수요로 양호할 것으로 보이나 화장품, 의료기기 수출은 중국 경기 둔화의 역풍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5월에는 작년보다 조업일수가 늘어나지만 지난해 기저효과, 중국 봉쇄조치 여파 등을 고려할 때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OECD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형성하고 둔화되고 있고 한국의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수요가 봉쇄 여파로 단기적으로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수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역수지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및 곡물가격 상승 등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적자 흐름을 당분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유가 및 에너지가격의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무역적자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상반기 중에는 적자 흐름이 우세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는 수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중국 도시봉쇄, 일부 국가 수출통제 등이 우리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경제안보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가격과 수급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무역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신성장 품목 발굴, 신흥시장 진출, 디지털·서비스 무역 확대 등 우리의 무역구조를 혁신해 나가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수출 성장흐름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치솟고 있는 물가도 부담이다. 2분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올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를 넘은 뒤 11월(3.8%)과 12월(3.7%), 1월(3.6%), 2월(3.7%)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후 3월에는 4.1%로 4%를 돌파했다. 4월 4.8%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월에는 5% 돌파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3월에 이어 4월에도 에너지가격 상승 여파가 지속된 가운데 코로나 확산세 완화로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품목들의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졌다. 5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20%에서 30%로 확대됐지만 향후 공공요금 연료비 조정이 수차례 예정돼 있는 만큼 에너지 관련 물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2~3개월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기준으로도 2011년 이후 최대인 4.3~4.4%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경제전망을 다시 내놓는다. 이날 3.0%로 전망 중인 올해 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낮추고 3.1%로 제시하고 있는 물가 상승률은 4%에 근접할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이 앞으로 1~2년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한 만큼 대폭의 물가 전망 상향은 예고된 상황이다.

이미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5%, 물가 상승률은 4.0%로 제시했다. 직전 1월 전망 당시보다 성장률은 0.5%포인트 내렸고 물가는 0.9%포인트 올렸다. 

여기에 더해 기준금리는 연말 2.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강달러에 따른 원달러 환율이 126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와 금리, 환율은 모두 높아지고 있다. 이에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에 진입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까지 당국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전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주상영 금통위원은 "물가가 높기는 한데 성장률이 조금 낮아진다고 해도 2%를 훨씬 넘는, 적어도 2% 중후반 정도는 될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물가가 다소 높아도 그것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마냥 낮게 보기에는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특히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자칫 경기가 둔화될 수 있고,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풀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어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 

일단 당국은 물가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달 금통위는 총재 부재라는 부담 속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상한 배경은 '물가 안정'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25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모두 걱정되나 물가가 더 우려스럽다"며 '물가'에 더 중점을 두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 만큼 빠르면 이번 달 금통위에 연속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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