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5.16 16:53

"한미 금리 역전돼도 자본 유출 가능성 낮아"

(자료제공=KDI)
(자료제공=KDI)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의 기준금리와 관련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동조하기보다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맞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6일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의 정책대응'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의 상황을 보면 물가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올렸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앞으로 몇 달간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 있다"며 "향후 두번의 회의에서 0.50%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은 기준금리(1.50%)와의 차이는 상단에서 0.50%포인트로 줄었다. 한은은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4%가 넘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KDI는 미국과 같은 빅스텝 필요성은 낮게 봤다. 정 실장은 "미국과 한국 간의 물가와 경기 상황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준금리 격차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더 높고 경기회복세가 더 강한 미국과 유사한 정도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 경제에 경기 둔화가 그대로 파급되는 반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경우 일시적인 물가상승 외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사회후생의 관점에서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정책보다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따라 운용하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효용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빅 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추경호 부총리와의 간담회 이후 취재진을 만나 관련 질문에 "4월까지는 고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5월 금통위와 7~8월 경제 상황, 물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실장은 한미간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한 적은 없다"며 "최근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되고 있어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부분적인 자본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원화가치 절하)으로 인해 일시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국내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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