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5.25 18:20

채권 전문가 94% '상승' 전망…올해 성장률 2% 중후반대로 '하향'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뒤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를 26일 주재한다. 이날 금통위는 연 1.50%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수정경제전망도 발표해 3.0%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과 3.1%로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을 다시 조정한다. 

시장은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인상하고 성장률은 2% 중후반대로 낮추며 물가상승률은 4%대로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고물가 대응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 속도 등을 감안해 4월에 이어 5월에도 한은 기준금리가 연속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채권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4.0%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단 6%만 동결을 전망했다.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인해 5월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상승 응답자 비율이 직전 조사(50%)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실제 물가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3.6%), 2월(3.7%) 3%대를 지나 3월(4.1%)과 4월(4.8%)에는 4%대를 기록했다. 5월에는 5%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고물가 걱정도 커졌다. 지난 24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중 물가수준전망CSI은 157로 2포인트 올랐다. 특히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0.2%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10월(3.3%)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총재가 최근 '향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할 우려도 커지면서 금리 인상에 무게가 쏠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전경. (사진=연준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전경. (사진=연준 홈페이지 캡처)

미 연준은 지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빅스텝(0.50%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 0.75~1.00%로 올랐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0.50%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두 번의 FOMC 회의는 6월과 7월에 열린다. 만약 연준이 0.50%포인트 인상을 두 번 실시할 경우 기준금리는 1.75~2.00%가 된다. 

이 기간 한은 금통위는 5월과 7월 두 차례 있다. 7월 금통위는 FOMC보다 빨리 열린다. 이에 금통위가 5월 인상을 통해 1.75%를 맞춰 연준의 6월 인상(빅스텝시 1.0~1.50%)에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7월 금통위가 FOMC보다 이른 만큼 한은 기준금리가 동결(1.75%)되고 연준이 다시 빅스텝을 단행하면 미 기준금리가 상단에서 2.0%까지 올라 금리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다음 달인 8월에 금통위가 열리는 만큼 바로 대응할 수 있다. FOMC는 8월에는 열리지 않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은 물가 수준과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을 감안하면 한은은 5월과 7월 그리고 8월까지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해 3분기 중 기준금리 수준이 2.25%에 도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8월까지 금리 역전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해도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장기간이 아닌 단기간의 금리 역전은 국내 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16일 한미간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해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한 적은 없다"며 "최근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되고 있어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부분적인 자본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원화가치 절하)으로 인해 일시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국내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부총리(왼쪽)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왼쪽)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도 같이 발표한다. 올해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상승률은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기관에서는 현재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 중후반대, 물가 상승률은 4%대 초반대로 보고 있다.

일단 성장률 전망 하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거리두기 해제 등에 따른 내수 반등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대외 부문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간 성장률 전망을2%대 후반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8%로, 시티는 2.6%, HSBC는 2.5%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를 넘었다. KDI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4.2%로, 우리경영금융연구소는 4.1%로, 이베스트투자증권과 IMF는 4.0%로 예상했다.

한은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달 14일 총재 부재로 인해 금통위 임시 의장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는 대략 연간으로 4%나 그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성장률은 지난 2월보다 낮아지겠지만 2% 중후반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낮으나 이후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새정부와 한은 모두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세운 만큼 한은 내 물가 눈높이도 한 달 전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이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4%대 물가상승률 전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