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5.26 16:14

민주노총 "노동자들 권리 보장에 충실한 전향적 해석"

한국노총이 지난해 11월 개최한 금융권 임금피크제도 현황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총 홈페이지)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노동계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을 단계별로 깎는 제도다. 노동계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26일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번 판결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란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다. 당연한 결과"라며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반영하는 등 거의 반강제적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만 5년을 넘겼지만 도입 사업장에서 청년 일자리가 느는 효과는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삭감됐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 시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 중요치 않은 업무가 대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숙련된 실무 인력이 감소해 해당 분야 노동자들의 업무강도가 증가해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인건비 규제로 수당 삭감 등 조직 내 갈등은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지금처럼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는 지속돼선 안 된다"며 "현장 지침 등을 통해 노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설 것을 독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같은 날 "대법원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 제1항을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 충실한 전향적인 해석"이라며 "적극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민주노총은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면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선언했으면 됐을 것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등을 도입한 경우 유효가 될 여지를 남겨뒀다"며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칙을 끼워 넣어 자본가들의 퇴로를 만들어줘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게 한 사건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 정부홍보물
임금피크제 정부 홍보물. (사진=고용노동부 홈페이지)

환영의 뜻을 밝힌 노동계와 달라 경영계는 우려를 표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날 "임금피크제가 무효화될 경우 정년 연장의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기업의 고용 불안을 초래할 것"이란 취지의 논평을 잇따라 냈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 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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