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5.26 17:01

이은형 "임대기록 만들려는 선한 취지 지속되어야"
함영진 "정부, 갱신계약권·임대료 상한제 개정 검토 예상"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임대차 신고제)를 1년 더 유예키로 했다. 올 하반기 전월세 대란이 점쳐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임대차3법 손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도입 취지를 봤을 때 홍보 기간 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징벌적 성격의 과태료 부과보다는 자발적인 신고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로 끝나는 전월세 신고제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시행된 임대차 신고제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대차 시장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정부는 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홍보가 부족한 데다 통상 임대차 계약 기간이 2년이라 신고제를 경험하지 못한 국민이 많아 제도 정착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부담 완화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여건을 감안해 내년 5월 말까지로 임대차 신고제 계도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총 122만3000건의 임대차 계약이 신고됐다. 신규 계약이 96만8000건(79%), 갱신 계약은 25만4000건(21%)으로 집계됐다. 갱신 계약중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건은 13만5000건(갱신 계약의 53.2%)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신고제는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임대인들이 수익 공개를 꺼리면서 다양한 편법을 낳았다. 임대 수익이 드러나면 과세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이 때문에 신고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세를 30만원 미만으로 조정하고 대신에 관리비를 크게 올려 받는 일이 벌어졌다.

일례로 온라인 중개사이트에 올라온 대전 둔산의 33.05㎡ 원룸은 보증금 150만원, 월세 27만원이지만, 월 관리비는 무려 105만원이다. 관리비가 월세에 비해 4배가량 많은 셈이다. 세입자는 매월 월세와 관리비를 합한 총 13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또 다른 원룸의 경우 월세는 27만원(보증금 500만원)이지만 관리비는 36만원인 등, 관리비가 월세보다 높은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관리비가 월세보다 비싼 반전세 매물도 있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한 반전세 매물은 보증금 6000만원, 월세 5만원이지만, 관리비는 월세보다 두 배 많은 10만원이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또 다른 매물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5만원, 관리비 10만원이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임대차 신고제는 과태료 부과가 목적이 아닌 만큼 앞으로도 대국민 신고편의 향상, 다양한 홍보 등을 통해 일반국민들에게 제도를 알리고 자발적인 신고 분위기를 조성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부과가 아닌 인식 개선과 홍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자진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보완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특히 정부가 임대차3법 손질을 앞두고 이뤄진 첫 조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차3법 장단기 대책을 오는 6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임대차3법은 거래시장의 투명성이나 임차인 보증금반환 안전판은 확대됐으나 거래금액이 이원화되고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는 역기능이 있었다"면서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를 제외하고 갱신계약권과 임대료 상한제 개정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갱신계약을 앞둔 세입자의 반발과 월세화 문제, 충분히 주택공급을 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법 개정 속도조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3법이 나오던 시기에도 추후 징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면서도 “지방으로 갈수록 매물 상태 등이 자세히 표시돼 있지 않아 임대기록을 만들려는 법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선한 제도의 취지가 지속됐으면 한다"면서 "과태료 부과가 현실화 하는 순간 제도의 선한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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