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5.27 23:05

해외여행 문턱 낮추려면 항공기 투입 늘려야…업계 "운항 제한 시간 규제 풀어달라"

인천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승객들이 준비 중이다.(사진=손진석 기자)
인천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승객들이 준비 중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도 풀리고, 그간 못 갔던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막상 보니 항공권이 너무 비싸서 결국 해외여행을 포기했어요. 유럽은 물론 싱가포르나 동남아로 가는 항공권도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살 엄두가 안 났어요." 

최근 온라인상에선 이와 같은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일상회복 단계에 들어서며 그간 위축됐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항공권 가격이 나날이 오르며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런던·파리 노선의 왕복 항공권 가격은 최근 220만~35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에는 150만~200만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오른 가격이다.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의 항공권 가격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태국 방콕행의 경우 과거 50만원 수준에서 현재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억제됐던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항공기 운항에 대한 제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급 불균형으로 항공권 가격이 자연스럽게 상승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국제선 정기편을 주 532회 운항하고 있으며, 오는 6월에는 620회까지 늘리고, 7월부터 매월 주 300회씩 증편한 뒤 연내 국제선 운항 규모를 50%까지 회복해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항공기 운항 횟수는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 등으로 여행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인천공항의 올해 1분기 여객실적은 108만6158명으로, 전년 동기(55만9719명) 대비 94% 증가했다. 이어 4월에는 27만378명을 기록하며 전년(8만2221명) 동월보다 229% 급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7월이면 코로나19 이전 대비 40% 수준, 11월 이후에는 70% 이상의 여객 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여객 수요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각 항공사가 운임에 부과하는 금액이다. 통상 항공권 가격의 10~20%를 차지한다.

이번 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의 유류할증료는 17단계(3만3800~25만6100원)가 적용되고 있으며, 다음달부터는 19단계(4만400~29만3800원)가 적용될 예정이다. 19단계는 2016년 5월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구간제를 시행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 2월 6단계가 적용됐던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급격하게 올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제회복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 증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세에 발맞춰 항공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항공유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50% 증가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항공권은 지금 당장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결국 항공권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근본적으로 항공기 운항 횟수를 늘려야 한다. 업계에서도 높은 항공권 가격을 유지하는 것보다 낮은 가격으로 더욱 많은 여객을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제한하고 있어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항공기 운항 제한 시간(커퓨)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정부는 입국자 방역 관리를 위해 오후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여객기의 인천공항 도착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해당 시간대 인천공항 항공기 도착 편은 평균 115편으로, 이는 전체 평균(510편)의 23%에 달한다. 더욱이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괌, 사이판 등 주요 노선 대부분이 주로 운항 제한이 시작되는 오후 8시 전후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LCC를 포함한 업계도 운항 제한시간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달 말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며 이 같은 뜻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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