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5.29 11:10
(사진제공=CJ ENM Movie)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영화 2편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동시 수상했다.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박찬욱은 한국 감독으로는 두 번째로 감독상을 받았다.

칸영화제는 한 영화에 상을 몰아주지 않기 때문에 다관왕이 나올 수 없다. 올해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두 편이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판이 깔렸고, 이 영화들이 각각 하나씩 상을 받으면서 2관왕이 완성됐다. 

송강호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국 배우가 이 부문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는 칸 본상 7개 부문인 황금종려상·심사위원대상·감독상·심사위원상·각본상·여우주연상·남우주연상을 모두 받게 됐다. 

송강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옆자리에 앉아 있다 일어선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차례로 포옹했다. 박찬욱 감독도 송강호 쪽으로 와 포옹을 나눴으며, 이지은과 이주영은 환히 웃으며 축하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객석에 앉은 고레에다 감독은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며 축하했다.

송강호는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씨에게 깊은 감사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했다. 이어 "끝으로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두 번째이자 자신의 첫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웃으면서 무대로 향한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ENM과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박해일은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박 감독은 시상식 후 국내 취재진과 만나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1960∼7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봤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서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연기 상을 받은 것은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전도연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배우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화양연화'(2000), 량차오웨이(양조위), '아무도 모른다'(2007) 야기라 유야에 이어 세 번째다.

송강호가 칸의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7번째인 만큼 '브로커'의 초청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브로커'에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상현 역을 맡았다.

송강호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두드러진 캐릭터다.

박찬욱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4) 이후 18년 만에 감독상까지 거머쥐게 됐다.

앞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아가씨'(2016)는 경쟁 부문 상을 받는 데는 실패했으나 류성희 미술감독이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성취를 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상인 벌칸상을 가져갔다.

올해 수상작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한국 영화다.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스릴러로,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23일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경쟁 부문 작품 가운데 최고점인 3.2점을 받으며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작품을 함께한 박 감독과 송강호가 서로 다른 작품으로 상을 받은 점도 눈에 띈다.

송강호는 박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비롯해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쥐'(2009) 등 굵직한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다.

특히 '박쥐'로 제6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작품은 심사위원상까지 받았다.

이날 시상식 후 두 사람은 한국 취재진이 있는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함께 인터뷰도 했다.

박 감독은 "좋은 작품을 하며 때를 기다리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했고, 송강호는 "황금종려상 못지않게 의미 있는 감독상"이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박 감독과 송강호가 함께 세운 기록도 있다. 두 사람은 13년 전 '박쥐'로 칸에 와서 심사위원상의 기쁨을 함께 나눈 적이 있다. '박쥐'의 주연 배우가 송강호였다. 13년이 흐른 뒤엔 각기 다른 작품으로 칸에 다시 와서 각자 상을 받고 함께 기뻐한 것이다.

'브로커'는 6월 8일에, '헤어질 결심'은 같은 달 29일에 국내 관객을 만난다.

박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기대하는 게 있냐는 물음에 "감독이나 배우들이 영화제에 와서 주목 받고 상도 받는 게 좋지만, 제일 중요한 건 홍보 효과"라며 "'브로커'나 '헤어질 결심'이 개봉할 때 더 많은 관객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